6월 창설 안보회의/러 최고 권력기관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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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옐친 등 9명으로 구성 국정심의/대통령포고령 수위 등 막후 조절
러시아 안전보장회의가 구소련 공산당 정치국에 버금가는 최고권력기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3일 창설된 이 기구는 국정전반에 걸쳐 주요 문제를 심의·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구성·운영방식도 구공산당 정치국을 빼닮아 「신정치국」으로 불릴 정도다.
안보회의는 보리스 옐친대통령(의장)을 비롯,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예고르 가이다르 총리 대행,빅토르 일류신 대통령 수석보좌관,세르게이 필라토프 최고회의 제1부의장,유리 스코코프 구소련 각료회의부의장(서기)를 정위원으로 하고,겐나디 부르불리스국무장관,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안드레이 코지레프외무장관을 심의에는 참여하되 투표권은 없는 후보위원으로 하고 있다.
과거 공산당 정치국이 정위원과 후보위원으로 나뉘어졌던 것과 똑같으며,운영방식도 마찬가지로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다.
안보회의는 옐친대통령이 보수파가 우세한 최고회의의 반대로 개혁정책이 벽에 부닥칠 때 흔히 발동하는 대통령 포고령의 수위를 막후 조절해왔다.
안보회의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 바로 지난번 옐친대통령의 방일취소때. 당시 안보회의는 사할린남부 쿠릴열도 4개섬을 반환하라는 일본측의 압력이 날로 가중되던 지난달 9일 긴급회의를 열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옐친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취소시켰다.
3시간여동안 격론을 벌인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방일찬성론자인 코지레프외무장관을 「매국노」라고 몰아붙이는 호된 비판을 퍼부어 항복을 받아냈으며,옐친대통령으로부터 결국 「취소결단」을 얻어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발족 당시 「관계기관대책회의」 정도로 인식되던 안보회의가 최근 러시아의 실질적인 최고 권부로 자리를 굳힘에 따라 그 성격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돌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당초 개혁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안보회의를 만들었으나,이제는 그 자체가 보수화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루츠코이부통령과 그동안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스코코프서기 등 보수파가 안보회의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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