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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취업난 타개책은 없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나라의 취업구조는 극단적인 양상을 띠고있다. 대학졸업자의 취업은 바늘구멍에 비교할만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 취업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적다. 어디 그뿐인가.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들은 해마다 줄어들어 휴경지의 급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 2.4%는 아직도 불경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선진국들보다 훨씬 좋은 사실상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다.
이런 이중구조 속에서 나타난 대졸취업난은 주요 제조업체들의 투자감소와 경영합리화 방침에 따라 더욱 심각한 상태에 이를게 분명하다. 그 위에 상당수의 기업들이 간부들을 대거 해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창업과 기존 기업들의 업무확장 없이는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게 되어 있다. 여대생에게는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매년 6만명이 졸업하고,또 5만여명이 취업 재수를 하고있으나 그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가기에는 만만치 않다.
고학력자 및 여성인력과 기능인력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당장의 묘안은 없다.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투자전망도 불투명한 터에 기업들로 하여금 무작정 채용인원을 늘리라고 할 수도 없다. 당장에 시급한 것은 수요 공급을 연결하는 노동시장의 관리측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는 일이다. 대졸자가 적절한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면 희망자에 따라 결국 하향취업을 할 수 밖에 없으며,기능인력도 희망하는 직종에서 빨리 정착토록 취업알선 기능을 대폭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학교와 각 시·읍·면·동에 취업상담 창구가 설치되어 있지만 정보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선 대도시 지역만이라도 취업알선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기능인력의 기능향상 훈련 및 재훈련이 생산현장에서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무엇보다도 달라져야 할 것은 취업희망자나 이미 자리를 잡은 근로자의 의식구조다. 고학력이 반드시 고소득을 보장하고,나아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수단이 된다고 기대해선 안될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있다. 다양한 기술과 적극적 사고 및 적응능력이 학력보다도 훨씬 안정된 생활의 보장수단이 되고 있다. 근로자들도 노동의 질을 더 높이는데 관심을 두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제3자의 취업기회를 줄이게 된다.
이러한 취업난 대책과 함께 정부는 90년대 중반 이후에 더욱 뚜렷이 나타날 본격적인 인력부족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쪽은 모자라고,또 한쪽은 부족한 인력불균형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경제사회적 발전에 큰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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