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 G13 확대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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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G8(주요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G13(G8+신흥 5개국)으로 확대하는 길이 장애에 부닥치고 있다. 6일부터 사흘간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초청 인사로 참가할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 정상들의 향후 회담 참석을 정례화하도록 합의하려던 주최국 독일의 계획이 일부 국가의 반대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신흥 5개국의 향후 참석 정례화를 이번 G8 정상회담의 중심 어젠다로 제안했으나 일본.인도.브라질 등의 반대로 물 건너간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논의돼 온 G8 회담의 G13으로의 확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FT는 일부 국가의 반대는 철저한 실리적 계산이 깔린 때문으로 분석했다.

?G13 선정 기준 모호해 한국 빠져=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러시아로 이뤄진 G8은 신흥 5개국을 추가로 끌어들여 G13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기존 G8이 지역적으로 서구에 치우쳐 있고,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가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3위 나라 중 한국과 스페인이 빠지고 러시아와 남아공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의 속내도 천차만별이다. 독일은 신흥 5개국을 정상회담에 초청했지만 이들에 G8 회원국과 동등한 지위를 주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재산권과 투자 자유.에너지.세계화 등의 이슈와 관련해 각료회담을 공식화하는 정도만 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 견제=특히 일본은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이 G8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독일이 제안하는 신흥 5개국의 정상회담 참여에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식 대화는 자칫 G13의 탄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G8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신흥국가들도 모두 G8 회담 참석 정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외무차관 에베르톤 바르가스는 "독일의 계획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이 되려는 브라질의 접근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며 "브라질에는 G8과의 대화보다 OECD 가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도 유엔.세계무역기구(WTO) 등과의 대화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이다. 신흥 5개국은 또 G8과 가까워지는 것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자신들의 명성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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