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로 북경 오갈날 곧 올것/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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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 대통령 북경도착·정상회담 이모저모/“2시간거리 40년 걸려… 통일 가까워진 것”/외신브리핑때 대만 연합보기자도 취재/현지언론 소극적 보도… “북한의식한 배려” 분석
○…중국측은 28일 오전 10시 인민대회당 동편 광장에서 노태우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을 위한 환영식을 거행했다.
노 대통령 내외가 환영식장에 도착하자 양상곤주석은 반갑게 인사를 했고 노 대통령과 함께 사열대에 올라 양국의 국가가 울려퍼지고 예포 21발이 터지는 가운데 의장대를 사열.
공식환영식 행사를 끝낸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양 주석의 안내로 하북청·동대청을 거쳐 단독회담장소인 복건청에 도착,오전 10시15분부터 복건청에서 단독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단독 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김종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중국측에서 전기침외교부장·서돈신외교부부장이 배석.
이어 양국 정상은 동대청으로 이동,양국 공식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오전 10시45분부터 확대회담을 가졌는데 우리측에서 이상옥외무장관등 14명,중국측에서 전 부장 등 12명이 배석했다.
○…노 대통령은 28일 오후 숙소인 조어대 방배원에서 한중경제인 1백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양국간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상기시키면서 전통적 우호관계 회복 등 새로운 협력강화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
노 대통령은 1시간30분간 계속된 이날 오찬에서 『산동지역에서 「이른 아침이면 한국이 인천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가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렇다면 한국의 서해안에서는 맑은 날이면 청도항의 공장굴뚝이 보일 것』이라고 두 나라의 지리적 인접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두나라 사이가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로 좁혀지는데 수십년이 걸렸다는 것은 역사의 모순』이라고 지적.
노 대통령은 이어 『선사시대부터 문물을 주고 받으며 우호를 누려온 이웃사촌이 서로 단절된채 지내온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니다』며 『나의 북방정책은 이런 부자연스러움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노 대통령은 또 양국의 교역증대 등 경제교류의 확대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의 이번 중국방문이 두나라의 동반협력을 증진하는데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
○…노 대통령은 27일 오후 숙소인 조어대에 여장을 푼뒤 곧바로 조어대내 방배원에서 노재원주중대사가 주최한 북경주재 지·상사원 가족 등 교민대표 초청 리셉션에 참석,이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서울을 떠나 이곳 북경까지 오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그 가까운 길을 한국의 대통령이 오는데는 무려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이 걸려야 했다』며 『이제 서울과 북경 사이에는 오랜 단절을 극복하고 튼튼한 다리가 놓아졌다』고 한중수교의 의의를 평가.
노 대통령은 『재작년 모스크바에 이은 저의 북경방문은 통일의 날이 그만큼 가까이 다가왔음을 말해준다』며 『서울에서 평양·신의주·만주를 거쳐 이곳 북경까지 우리의 선조들이 다니던 길이 다시 열리고 우리가 그 길을 자동차와 기차로 오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통일에 대한 확신을 피력했다.
○…28일 오전 천안문 인민대회당 동쪽문 광장에서 개최된 노 대통령의 환영식에는 중국측에서 이례적으로 북경시의 진희동시장과 장백발부시장이 참석했는데 특히 장 부시장은 지한파로 한중관계개선에 많은 역할을 한 인물.
북경 현지언론은 노 대통령의 방중을 낮은 톤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의식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 중앙TV(CCTV)와 인민일보 등은 27일 노 대통령의 방중소식을 보도했으나 배열상 주요기사로는 취급하지 않았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8일 노 대통령이 중국측의 영접을 받는 신화사제공 사진을 1면 중앙에 4단크기로 보도했으며 한국의 정부관리·기업인·취재진 등 5백여명이 노 대통령을 수행했다는 소식을 사진설명형식으로 짤막히 보도.
○…한국측의 샹그릴라호텔에 설치한 프레스센터의 외신기자실에는 27일 서울에서온 일본기자 18명만이 취재를 하는 등 다소 썰렁한 분위기. 그러나 26일 있었던 북경주재 외신기자들을 위한 브리핑에는 약 20명의 현지 외신기자들외에도 대북에서 온 대만연합보 낙위량기자도 중국외교부신문사의 취재허가를 받아 참석.
한편 중국외교부신문사는 「한국 노태우대통령 방중활동 취재준칙」을 통해 ▲관련보도로 국한 ▲노 대통령과 중국요인들의 회담이나 노 대통령 활동 근접취재는 3∼5분으로 제한 ▲모든 기자는 노 대통령방중종료에 맞춰 중국을 떠날 것 등을 「필수」사항으로 규정.<북경=박병석·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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