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1천만 컨테이너'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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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에는 영국.네덜란드 합작 해운회사인 P&O 네드로이드의 마젤란호(5천9백8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개)의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한창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출발해 중국 칭다오(靑島)항을 경유한 이 배는 유럽산 전자.기계제품 등을 담은 컨테이너 1천4백개를 부산항에 내린 뒤 유럽으로 수출되는 국산 휴대전화 등이 담긴 컨테이너 1천6백개를 실었다. 마젤란호는 56일 주기로 부산~홍콩~로테르담~함부르크항을 운항하고 있다. 세계 3위 해운회사인 P&O는 부산항을 동북아 중심항으로 삼고 부산항에 34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취항시키고 있다.

부산항이 1천만TEU 시대를 맞았다. 지난 9월 태풍 '매미' 피해와 5월과 8월 두차례의 화물연대 운송 거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물동량을 늘리고 있다.

부산항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9백46만TEU를 처리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2만7천~3만TEU의 물동량이 유지되고 있어 24일 1천만TEU를 돌파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추세로 가면 올해 처리실적이 1천38만TEU로 세계 5위 항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9백46만TEU)보다 9.8% 증가한 실적이다. 컨테이너가 처음 들어온 1972년 1백2개를 처리한 것에 비하면 10만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경쟁항인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은 부산항을 성큼 앞질렀다. 지난해 4위(8백61만TEU)였던 상하이항은 지난달 말까지 1천2만TEU를 처리해 이미 1천만TEU 시대를 열며 지난해 부산항이 차지했던 세계 3위 자리를 빼앗았다.

지난해 6위(7백61만TEU)였던 선전도 지난달 말까지 9백63만TEU를 처리해 부산항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상하이항과 선전항은'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한해 30~40%의 컨테이너 처리량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한해 10% 안팎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는 부산항을 추월했다.

해양부는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가 되려면 세계적인 물류기업 유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부산항과 광양항의 배후 물류단지를 최장 50년간, 심지어 무료로 빌려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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