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세 박남신 '20대 돌풍 게섰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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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신이 우승컵을 치켜들고 활짝 웃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20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서 50을 바라보는 박남신(48)이 우승했다.

박남신은 3일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골프장 동코스(파 72)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5언더파로 지난해 상금왕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강경남을 제치고 7년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이언샷의 달인'으로 불렸던 박남신은 1988년과 89년, 93년 세 차례 상금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0년 호남오픈과 SK텔레콤클래식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2006년에는 상금 순위 90위로 밀려 시드권을 잃었고,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올 시즌 투어에 합류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올해 열린 4개 대회에서 모두 20대 선수들(김경태.홍순상.배상문)이 우승하면서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박남신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해외 대회를 포함해 통산 21번째 우승컵을 수집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박남신은 시즌 상금 랭킹 4위(1억57만원)로 올라섰다.

최종일 챔피언 조에 속한 김경태(21.신한은행)와 강경남, 베테랑 김종덕(46.나노소울)의 3파전이 예상됐으나 4라운드는 후반으로 가면서 이들의 실수가 이어지면서 우승 판도를 알 수 없게 됐다.

16번 홀 버디로 강경남과 공동선두에 올라 시즌 3승까지도 노렸던 신인 김경태는 17번 홀과 18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더블보기를 범하며 합계 2언더파 4위로 밀려났고, 김종덕도 이날 4오버파를 쳐 합계 3언더파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 조에 앞서 경기를 끝낸 박남신은 강경남이 18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연장으로 가는 행운을 잡았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에서 박남신과 강경남은 똑같이 두 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겼다. 강경남은 칩샷을 핀 5m에 붙였고, 박남신은 3m에 붙였다. 강경남은 2퍼트로 홀아웃을 했다. 박남신은 침착하게 파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박남신은 "이번을 포함해 여섯 번의 연장 승부에서 다섯 번 승리했다. 한국 무대에 관록파가 살아 있음을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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