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바스프가 한국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린 거대 기업임을 감안하면 600억원은 그리 큰 규모의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번 투자는 바스프 여수공장 노조가 그토록 열망했던 폴리우레탄 원료 증설 투자가 아니라 공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보완설비 투자다.
2004년 파업을 했던 바스프 여수공장 노조는 2005년 대립과 투쟁적 노사문화를 지양하겠다고 선언했고, 올해는 스스로 임금 동결을 결의했다. 중국과 여수를 두고 폴리우레탄 원료 증설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본사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였다.
600억원 투자에 왜 전남도는 주요 인사가 총출동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을까. 투자 규모에 비해 행사가 좀 거창하지 않으냐는 평가에 대해 양복완 전남도 경제과학국장은 "앞으로 바스프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 지사의 설명을 들으니 지자체가 외국인 투자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실감이 났다. "전남 인구는 1년에 3만5000명씩 줄어듭니다. 인구가 줄면 교육비.복지비 지출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죠. 일자리가 없으면 인구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없습니다. 바스프가 잘돼야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전남으로 오죠."
한국바스프는 여수공단의 유일한 외국 기업이다. 바스프 여수공장 김현열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위르겐 함브레히트 바스프 본사 회장이 방한했을 때 "외국 투자기업은 사슴과 같은 존재다. 풀이 없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자체는 물론 노조도 '풀(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슴(기업)'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예외는 없었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