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쏠쏠하다지만 헛짚으면 ‘쪽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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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23면

지난해 5월 우리은행의 주가연계예금(ELD)에 가입했던 회사원 이용희(43)씨는 만기인 지난달 25일 함박웃음을 지었다. 코스피200지수가 크게 오른 덕에 수익률이 18.87%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원금 1억원은 1년 새 1억1800여만원으로 불어났다.

희비 엇갈리는 주가연계상품

주부 한미경(37)씨의 처지는 정반대다. 3년 전 대우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계좌에 넣어뒀던 1000만원이 만기인 지난달 16일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한씨가 가입한 상품은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거나 10% 이내로 오르면 연 10%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지수가 20% 이상 오르면 상승률에 비례해 손실을 입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3년 내내 올랐고, 한씨의 계좌는 결국 ‘깡통’이 됐다.

주가가 1700선을 훌쩍 넘어서면서 ELD와 ELS 등 주가연계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 상승의 과실을 나눠 갖고 싶지만 직접투자엔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가입한다. ELS의 경우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1조8400억원어치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ELD도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최고 2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전문가들은 “증시 호조에 힘입어 대부분의 주가연계상품이 좋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20개 중 하나꼴로 손실이 나거나 은행 이자보다 못한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며 “어떤 종목을 편입하는지, 수익구조는 어떤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률 짭짤하지만=대표적인 주가연계상품엔 ELD와 ELS, 주가연계펀드(ELF)가 있다. 모두 주가와 관련이 있지만 운용방식이 달라 수익률과 위험도가 제각각이다. <그래픽 참조>

은행에서 운용하는 ELD는 ‘예금’이란 이름에 걸맞게 원금이 보장된다. 원금의 4% 가량을 주가지수옵션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예금에 넣어 만기 때 이자로 원금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안정적인 만큼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만기가 된 상품은 평균 3%가 안 되는 수익률을 기록해 정기예금보다 못한 결과를 냈지만 올해 상환된 상품들은 대개 6∼7%대의 수익을 올렸다.

ELS는 증권사가 운용을 맡는다. 예금 대신 채권과 주가지수옵션에 투자하는 게 ELD와의 차이점이다. 국공채 등 부도 위험이 없는 채권에 대부분을 투자해 원금을 보전하고 일부를 주가지수옵션에 투자하는 원금 보전형과 손실 가능성을 무릅쓰고 옵션 투자 비율을 늘린 원금 비보전형으로 크게 나뉜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만기가 된 상품들의 수익률은 10% 안팎을 기록 중이다.

ELF는 투신사가 여러 개의 ELS를 편입해 만든 펀드다. 편입한 ELS의 성과에 따라 만기수익률이 좌우된다. 하나의 ELS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수익률도 낮아지는 게 보통이다.

■손실 나면 ‘쪽박’=ELD에도 위험은 있다. 원금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 상승폭만큼 수익을 챙기지 못할 수 있어서다. 상당수 ELD는 주가 상승폭에 비례해 수익률이 올라가다가 기준선을 넘으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이른바 ‘녹아웃’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0%로 확정된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6-8’호와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6-10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ELS와 ELF는 원금까지 까일 우려가 있다. 지난 2월 만기가 된 삼성증권의 ‘696회 ELS’는 -45.87%로 마감했다. SK텔레콤과 기아차에 투자한 이 상품은 두 종목의 주가가 가입 때보다 1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3개월마다 3.5%씩의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21000원대였던 기아차 주가가 1만2100원까지 하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두 종목 중 하나라도 30% 이상 떨어지면 원금 전체가 이 비율만큼 손실을 입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115호’와 ‘147호’, ‘153호’는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가 최고 82%의 손실을 입고 있다. 이들 종목을 편입한 알리안츠자산운용의 ELF인 ‘해피엔드 파생상품G1’과 ‘해피엔드2 파생상품G1’도 각각 99%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를 편입한 ELS도 손실이 크다. 이 회사 주가가 코스피200지수보다 더 많이 오르면 확정 수익을 보장하도록 설계된 상품 14개 중 9개가 평균 7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 평균 수익을 반영하는 코스피지수는 뛰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 상품의 원금 1331억원 중 이미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대우증권 이정호 차장은 “일부 ELS 상품은 최고수익률이 고정되어 있는 대신 손실이 100%까지 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상품의 성격을 꼭 파악하고 돈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상효 차장은 “보수적 투자자는 ELD나 원금 보존형 ELS를 선택하고, 공격적 투자자도 위험관리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만 투자해야 한다”며 “가입 초기 손실이 난 상품은 만기 때까지 복구가 어려우므로 일찍 해지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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