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로파이터 구매 협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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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추진 중인 일본 정부가 첨단 전투기인 유로파이터를 제조하는 유럽 최대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와 구매 협의를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BAE시스템스의 나이젤 화이트헤드 국장은 "일본 방위산업체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BAE시스템스와 전투기 제조 허가를 넘겨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국인 미국이 아닌 국가와 전투기 구매 협상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유럽서 최첨단 무기 기술 도입=일본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들여온 F-4, F-15 전투기 250~300대를 2009년까지 차세대 기종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연내에 기종을 확정할 계획이다. 일본은 미 록히드 마틴사의 F-22 랩터와 유로파이터 외에도 록히드 마틴의 F-35, 보잉사의 F-15, F-18 등의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타이푼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유로파이터는 영국.프랑스.독일이 함께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로, 뛰어난 공중전 기능을 갖췄다. 첨단 레이더 추적장치로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 미쓰비시와 BAE시스템스는 유로파이터의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헤드 국장은 "일본 국방 관계자들은 그간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이 첨단무기 제조 기술 도입의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 전투기 제조 기술을 넘겨받은 뒤 이를 자신의 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계와 관계에서는 최첨단 무기 제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유럽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쓰비시와 방위청 관계자들은 올 초 영국의 유로파이터 생산공장을 직접 시찰했으며, 일본 공중자위대 전투기 조종사들이 시험 운항도 했다.

◆최종 목표는 F-22=FT는 그러나 일부에선 일본의 유로파이터 구매 협의가 미국으로부터 F-22를 구매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카드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현존 전투기 중 최고 성능으로 알려진 F-22 구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 의회가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 첨단 기종을 해외에 판매할 경우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상원은 F-22의 기술적 우위를 향후 10~20년간 유지하기 위해 F-22의 해외 판매를 2015년까지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도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일본의 F-22 구입에 대한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부시 행정부가 설사 F-22 판매를 결정하더라도 의회에서 거쳐야 할 절차가 복잡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수출에 제약이 많은 F-22보다 한 등급 낮은 보잉사의 F-18 호넷이나 록히드 마틴의 F-35 판매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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