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유가의 구세주' 사우디 유전에 이상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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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의 비밀

매튜 R 사이먼스 지음,
송계신 옮김
상상공방, 468쪽
2만5000원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 석유 업계의 리더다. 기름값이 좀 오른다 싶으면 '생산을 늘려 과도한 인상을 막겠다'는 발표로 세계를 안심시킨다. 값이 내릴라치면 파이프를 잠가 폭락을 막는다. 그래서 석유에 관한 한 온건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유가 불안정을 막아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사우디는 이런 식으로 일부 산유국의 횡포를 견제하고, 소비국에도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22.9%, 생산량의 13.8%를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미국 휴스턴에 본부를 둔 에너지 산업 전문투자은행인 사이먼스 앤드 컴퍼니 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지은이는 이러한 사우디의 역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사우디 석유 생산의 기형적인 구조에 주목한다. 전체 생산의 90%가 생산을 개시한 지 수십 년이 넘는, 불과 9개의 유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분석으로 이 나라 최대의 가와르 유전과 그 다음 가는 아브카이크.사파니야.베리 등 주요 유전의 생산량이 서서히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니, 사우디의 유전은 이제 저물어 가는 그믐달 신세라는 주장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이뤄진 일련의 석유 탐사에서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석유는 재생할 수 없는 연료다. 어떤 유전이라도 언젠가는 고갈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새로운 유전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큰 일 아닌가. 그래서 지은이는 사우디가 더 이상 석유를 대량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비할지를 국제사회가 공개리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물량 확보도 문제지만 유가 안정도 걱정이다. 카타르 등이 생산능력을 늘리려고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는 요즘 같은 고유가를 유지해야만 경제성이 있다. 그래서 유가가 현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지은이의 우울한 전망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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