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정치' 이어간 DJ "시비 각오하고 말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대중 전 대통령(DJ.얼굴)은 31일 자신의 '훈수 정치' 논란과 관련, "시비가 나올 것을 각오하고 양당 대결을 하라는 국민의 뜻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DJ는 이날 오전 동교동 자택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의 면담에서 "나를 지지해 준 국민을 생각할 때 나 또한 책임을 느끼고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했던 오영식 의원이 전했다.

또 DJ는 "민주개혁세력과 50년 동안 몸담았는데 지리멸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면서 점잖게 있을 순 없었다. 내 몸 하나 편하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며 "민주세력이 사분오열되고 국민이 많은 실망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국민 바람을 전달하고 소신껏 얘기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대통합 추진 시한(6월 14일)을 의식한 듯 그는 "정해진 시점까지 (대통합이) 안 되면 차선의 방법이라도 찾아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얘기해 보니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DJ가 결국 (반한나라당) 뜻을 확실히 밝힌 것"이라며 "물러난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깊이 개입해 민주 발전을 역행시키지 말라"고 비난했다.

한편 동교동과 민주당은 이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DJ와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면담 내용을 놓고서다. 양측은 DJ의 발언을 놓고 서로 "발표 내용이 왜곡됐다"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공방의 발단은 DJ가 "(특정 인사를) 배척하지 말고 (대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는지 여부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이 발언을 소개하지 않았다. 유 대변인은 "배제론을 지적하는 DJ의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교동 측은 DJ 발언이 박 대표의 '배제론'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민주당이 브리핑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DJ 측 핵심 인사는 "(특정 인사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언급이 두 번이나 있었다. 유 대변인에게 브리핑에 이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대변인은 "그런 당부는 없었다"고 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