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톰 컬리 회장 "정부의 정보 통제는 우둔한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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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인 톰 컬리가 31일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서울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의 톰 컬리 회장은 한국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와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컬리 회장은 또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포럼' 특별연설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일을 하고 정보에 기밀 라벨을 붙이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솔직히 다소 우둔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컬리 회장은 "정부가 정보를 통제해 정부 관련 기사가 덜 보도된다면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리스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게 되면 정부의 투명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바뀌지 않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와도 AP는 뉴스 현장에 가장 먼저 가서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고 이것이 변치 않는 저널리즘의 정신"이라고도 밝혔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구글이나 야후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소개한 컬리 회장은 "미디어 기술의 변화가 언론인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지만 언론의 기본 정신은 기술의 발전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취재 도구는 바뀔 수 있지만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컬리 회장은 이어 "지난 6개월간 AP 기자 세 명이 취재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뉴스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중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소회를 털어놨다.

최근 뉴욕 AP 본사에서 열린 분쟁지역 사진 보도 50주년 행사를 언급하면서도 "위대한 저널리즘은 불변의 가치"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서도 고언을 잊지 않았다. "언론이 저널리즘의 정신을 지키며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언론인도 투명해야 한다"며 "언론인의 신뢰도를 높인 뒤 이를 바탕으로 대중과의 관계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톰 컬리 회장=1972년 가넷 로체스터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85년 유에스에이투데이 사장을 지냈다. 98년 가넷사의 수석 부사장을 거쳐 2003년 6월 AP 회장에 취임했다.

◆AP(Associated Press)=1846년 문을 연 세계 최대의 통신사로 121개국 1만5000여 개 신문사와 3500여 개 뉴미디어 업체에 뉴스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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