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본전 이상 했다" 박 "차분하게 선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 "두괄식 화법으로 가야"=이 전 시장 측에선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인한 하천 수질 문제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정두언 의원은 "너무 많은 사람의 조언을 받다 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기보다 먼저 실례를 많이 제시하는 미괄식 화법 때문에 짧은 반론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호흡이 긴 강연이나 연설엔 익숙하지만 순발력이 요구되는 TV 토론엔 적응이 덜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캠프의 대다수는 "잘해야 본전인 싸움에서 본전 이상을 했다"(박형준 캠프 대변인)고 평가했다. 핵심 정책참모인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은 "TV 토론의 승부를 좌우하는 건 수치나 논리가 아니라 이미지"라며 "자료를 달달 외우다시피한 다른 후보들보다 평소 생각을 담담히 밝힌 이 전 시장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 "고개 숙이지 말아야"=박 전 대표는 "토론이 자꾸 끊어져 이야기를 다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열차 페리에 대해 답변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앞으로 주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달 8일 부산에서 열릴 교육.복지 토론회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온 것과 같이 준비할 것"이라며 "평상시 많은 정책을 얘기했는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니 이를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반면 캠프 내부엔 "차분하게 선전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일각에선 이 전 시장을 상대로 직접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을 두고 "더 공격적으로 임하지 않은 게 불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토론회 중 자주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 토론 방식 개선돼야=각 후보진영에선 토론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집중공격을 받은 이 전 시장 측은 "박수 소리가 통제가 안 됐고, 제3자에게 묻는 방법으로 이 전 시장을 우회공격하는 '돌려치기'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후보간 일대일 토론 시간을 늘려 토론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돼야 정책의 허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나경원 대변인)고 호평했다.

신용호.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