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다른 중·일 부패 공직자 종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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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과 일본의 부패 공직자가 걷는 말로는 달랐다.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62) 일본 농림수산상과 29일 사형선고를 받은 중국의 정샤오위(鄭萸.62) 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국장(장관급)의 사례다.

6선 의원인 마쓰오카는 임대료가 없는 의원회관을 사용하면서 사무실 광열비와 수도료 명목으로 거액을 청구한 사실이 밝혀져 올 초부터 비리 추문에 시달려왔다. 조직과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과거 죽음으로써 불명예를 씻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마쓰오카는 "내 부덕의 소치다. 내 목숨으로 책임과 사과를 대신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지만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고 한다. '망자에 대한 허물을 더 묻지 않는다'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고방식 때문일까. 이번 정치자금 스캔들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공직자 부패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밝혀져도 대충 묻히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더 문제가 커 보인다.

그러나 그가 자살했다고 일본 국민이 정치자금 문제를 용서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부패 각료를 끝까지 감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의 도덕성에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것은 총리가 정치와 돈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경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정샤오위 국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정 국장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8개 제약업체들로부터 649만 위안(약 7억7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 당국의 강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일벌백계의 조치다.

중국의 부패는 겉으로 많이 알려졌다. 1980년 이후 부패 공직자의 해외 도피가 줄을 이어 4000명을 넘는다. 88년 이후 15년간 약 1914억 달러(약 178조원)가 해외로 빼돌려졌다. 하지만 2005년 면직된 정 국장은 비교적 신속하게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신속히 죄가 백일하에 드러났고, 준엄한 사법 심판을 받아 이제 사형대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중국은 급속히 새로운 사회로 가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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