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캘빈 클라인 수석 디자이너 코스타가 귀띔하는 멋 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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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쿄 메이지 진구 박물관 마당에 지어진 캘빈 클라인 임시 전시장에서 디자이너 프란시스코 코스타(左)가 모델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의상은 모두 올가을용 작품이다.

최신 유행(updated) 구두로 마무리하면 당신도 멋쟁이-.

캘빈 클라인(미국의 대표적 패션브랜드)의 여성복 수석 디자이너인 프란시스코 코스타가 전하는 멋 내기 노하우다.

더 많은 신상품을 팔겠다는 장삿속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21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내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코스타를 만났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옷을 만들 때나, (패션 전문가로서) 옷 입기에 대해 조언을 할 때도 언제나 '디테일'을 강조한다"고 했다. 디테일? 거창한 스타일보다 작은 것 하나, 끝맺음 하나가 패션 감각을 살려준다는 얘기다. 그는 "검은색 평범한 미니 드레스를 입었다 하더라도 구두 하나만 멋있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패션론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코스타는 "현대 여성들이 스타일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free to many choices)'"이라고 했다.

예컨대 그가 강조한 '디테일'인 구두를 들자면 색깔이 너무 화려하거나 광택이 심하다는 이유로 선택 목록에서 제외하기보다 한번쯤 과감하게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선입견을 버리라는 충고다. 사람들은 보통 새로 나온 구두는 더 튀고 화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꺼리곤 하지만 멋쟁이가 되려면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게 '최신 유행(updated)'의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새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는 '남들과 다른 나'를 결정하는 차이, 자유롭고 다양한 선택을 강조했다. 패션을 즐기고 멋쟁이가 되려면 응당 남의 눈치를 봐선 안 되고, 스스로의 선택과 자신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코스타는 지난해 6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상(2006)'을 받았다. 1962년 설립된 CFDA에는 현재 280여 명의 유명 디자이너가 소속돼 있다. CFDA가 매년 수여하는 '올해의 디자이너상'은 패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 있는 상이다.

‘월드 오브 캘빈 클라인’ 행사장 모습. 앞쪽 임시 건물은 저명한 일본 건축가 시니치 오가와가 지었다.

코스타는 요즘 뉴욕의 패션계를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뉴욕 패션의 강점은 뭘까.

"낮엔 최대한 편안하게 입고 다니다가도 밤엔 잘 차려입고 갈 만한 이벤트가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이고, 이런 대비(contrast)되는 상황이 공존하는 것이 뉴욕 패션의 매력이죠."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공존하고, 각종 파티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곳이 뉴욕이란 도시고 이런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고르는 사람들이 결국 뉴욕 패션에 다양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뉴욕 패션과 한국 패션은 얼마나 다를까.

"뉴욕이든 서울이든 이미 국제화돼 있어요. 아시아 여성과 미국 여성은 다르지 않죠."

그는 "전 세계 어디든 모두 비슷한 패션 스타일이라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더욱 중요하다"며 또다시 '디테일'을 강조했다. 방점.마침표 하나가 문장의 색채를 결정하듯 자신감 넘치는 소품 하나가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것. 모든 유행이 삽시간에 번지는 정보화사회에서 '나'를 살리는 패션론이다.

도쿄=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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