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통제 … 한국 기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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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테르븀을 비롯한 희토류(稀土類)와 몰리브덴 등 희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한국의 핵심 산업인 LCD.PDP.휴대전화.모니터 등의 필수 원료로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어 중국 당국이 이를 본격 통제할 경우 원가 상승은 물론 최악의 경우 생산 물량을 줄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는 "다음달 1일부터 테르븀.몰리브덴을 비롯한 4종의 광물질 원석과 가공제품 등 9종의 관세율을 인상한다"고 28일 밝혔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희토류.몰리브덴.중석의 원석에 대한 잠정 수출관세를 종전 10%에서 15%로 인상했다. 희토류를 정제.가공한 희토 금속과 산화 디스프로슘, 산화 테르븀 관련 제품의 관세를 10%로 신설했다. 산화중석.몰리브덴산암모늄.몰리브덴산나트륨 관련 제품도 관세를 5~15%로 새로 매기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 중국산 광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뜻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세칙위원회의 우룽칭(吳榮慶) 자문위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가 희토류.몰리브덴.중석 등의 광물질에 대해 수출환급세까지 지급하며 수출을 장려했지만 최근엔 억제 정책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광물질에 대해 정부가 수출을 더욱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화통신은 "이번에 수출 관세가 인상된 광물질들은 방위산업.항공우주.정보기술(IT).전자 제조 등에 사용되는 재생 불가능한 전략 자원들"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광업진흥공사가 49%를 투자한 시안(西安) 맥슨 신재료유한공사 관계자는 "중국은 2~3년 전부터 주요 광물질에 대한 관세 환급 폐지, 수출 관세 신설 및 인상 등의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어 수입 다변화 등 희귀 광물자원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토류는 2004년 6980t에서 2005년엔 7398t으로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다. 17종의 희토류 가운데 테르븀은 t당 가격이 380만 위안(약 4억500만원) 정도의 고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 희토류(稀土類 : Rare earth element)=지구상에 아주 희귀한 원소로서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광학유리.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에서 원료로 사용된다. 주로 디스플레이 원료로 쓰이지만, 미사일 유도 장치와 화학반응 촉매제 등으로도 요긴하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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