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아내에도 “배우자 공제”/문답으로 풀어본 올해 세법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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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험료 공제 연 50만원으로 올려/노부모 의료비는 전액 감면혜택
세법 개정안의 내용을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근로소득세는 왜 깎는가.
­정확히 말해 근소세를 깎았다기 보다는 소득세율 체계를 바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세율체계에서는 소득 증가율에 비해 세금의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단점이 있다고 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득세가 누진체계로 되어 있는 한 세금의 증가율은 소득의 증가율보다 항상 높을 수 밖에 없지만,현재 5,16,27,38,50%식으로 올라가는 세율체계에서는 예컨대 연간 소득이 1천80만원인 사람의 소득이 10% 오르면 세금은 5배 이상 올라가는 결과가 된다. 이에 따라 월소득 1백만∼2백만원인 계층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무겁다는 불만이 컸기 때문에 이번에 세율을 5,10,20,30,40,50%체계로 바꾸어 월소득 1백만∼2백만원인 계층의 세부담이 가장 많이 덜어지도록 한 것이다.
▲근로소득공제 한도는 왜 올렸는가.
­근로소득자들이 아닌 사업소득자들은 소득을 얻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다 뺀 나머지 알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그러나 근로소득자들은 소득을 얻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계산할수가 없으므로,사업소득자들에 대해 비용을 빼주는 것과 같이 근로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해주게 된다. 따라서 공제한도를 올린다는 것은 사업소득자와 근로소득자와의 불공평함을 그만큼 좁힌다는 뜻이 있다.
▲근로소득공제는 어떻게 바뀌는가.
­개정안은 연간소득중 2백50만원까지는 전액을 공제하고 2백50만원을 넘는 소득에 대해서는 30%를 공제하되 공제한도는 6백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간 소득 1천만원인 사람은 일단 ▲2백50만원 전액과 ▲나머지 7백50만원의 30%인 2백25만원을 합친 4백75만원을 공제받는다. 반면 연간 소득 2천만원인 사람은 일단 ▲2백50만원 전액에다 ▲나머지 1천7백50만원의 30%인 5백25만원을 더하면 7백75만원이 되나 한도가 6백만원이므로 결국 6백만원의 공제를 받게 된다.
▲인적 공제는 어떻게 바뀌는가.
­가족수에 따라 일정금액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는 것이 인적 공제인데 현재 배우자에 대한 공제 54만원과 부양가족 한사람에 대한 공제 48만원은 내년에도 그대로이고 다만 본인에 대한 기초공제가 현재는 48만원이나 내년부터는 60만원으로 올라간다.
▲이처럼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가 올라가면 세금을 한푼도 안내게 되는 면세점도 달라질텐데.
­사업소득자의 경우는 인적공제만 감안되므로 4인가족의 경우 연소득 2백10만원이 면세점이 된다(현재는 1백98만원). 근로소득자의 경우는 근로소득공제가 들어가므로 4인가족이라면 면세점이 현재의 연소득 5백13만원에서 5백50만원으로 올라간다.
▲맞벌이 부부에 대해 신설되는 특별공제제도란.
­현재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에게만 배우자공제 54만원이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세금을 낼 때도 역시 배우자공제 54만원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기타 달라지는 내용은.
­현재는 연소득 3천6백만원 이하의 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근로소득세액공제(산출세액의 20%를 연 50만원 한도까지)를 내년부터는 모든 근로소득자에 대해 적용한다. 또 65세이상의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근로자의 경우 노부모를 위한 의료비공제(연간 의료비지출액중 급여액의 3%를 넘는 금액)를 최고 1백만원까지만 인정해주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한도없이 전액을 공제해준다. 이와 함께 현재는 연간 24만원까지만 보험료공제를 해주고 있으나(자동차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한해) 내년부터는 연간 50만원까지 보험료 공제를 받게 된다.
▲제조업체만 세금을 감면해 준다는데 그렇다면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같이 하는 경우엔.
­당연히 제조업에서 생긴 소득에 대해서만 감면세액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 3천만원,도소매업에서 5천만원의 소득을 각각 올린 업체라면 원래는 1천6백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8천만원의 20%),3천만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 6백만원의 40%인 2백40만원의 세금을 경감받아 결국 1천3백60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장사가 너무 영세하여 장부도 없는 업체의 경우는.
­이 경우도 역시 국세청이 추계하는 소득을 근거로 같은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중고자동차나 고철·폐지 등을 사서 팔때 세액공제제도가 신설된다는데.
­예를 들어 중고자동차를 2백75만원에 개인으로부터 사서 이를 다시 3백30만원에 팔았을때 지금은 3백30만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30만원을 다 내야 하나 내년부터는 2백75만원에 대한 부가세 25만원을 세액공제받고 나머지 5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김수길기자>
◎중간계층 근소세 완화에 초점/대선앞둔 세제개편 “일단 무난”
선거를 앞두고 마련된 이번 세제개편안은 일단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선거를 앞두고 자칫하면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던 「세금경감」문제를 세제당국은 「세율체계개편」이라는 돌파구로 모양좋게 중화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최저세율과 최고세율은 그대로 두고 이번처럼 누진단계를 조정하면 매년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전체 세수는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나 소득계층에 따라서는 누진체계의 완화에 따라 세금경감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게 된다.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그 계층이 바로 월소득 1백만∼2백만원의 계층인 것이다. 이들의 부담을 완화시키는데 이번 세율체계개편의 초점이 두어진 것이다.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한시적인 세금경감은 애초 정치권에서 요구하던 것보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예 적자를 내는 어려운 기업은 세금경감 혜택이 한푼도 없는데 그나마 흑자를 내는 기업이 세금경감을 받게 된다는 모순을 생각하면 세금경감의 논리만을 무조건 고집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또 향후 2년간 중소업체들이 경감받는 세금이 약 9천억원인데,중소기업 구조조정기금의 향후 5년간 추가조성목표가 1조원이고 내년 예산이 1% 팽창하면 약 8천억원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보면 9천억원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은 세제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이 아니라 부분적인 개편이다.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차피 또 한차례 크게 손을 대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여전한 세제개편의 과제는 ▲세원포착률을 높여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재산소득자간의 과세 불공평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조세감면을 대폭 줄이는 것과 함께 ▲90년이후 계속 19%대에 머물러 있는 조세부담률을 어떻게 7차 계획상의 목표대로 21%까지 끌어올려 재정이 할 일을 하게 하는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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