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향을 소개합니다”(지방패트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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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북도 마을마다 「이정표세우기」 확산/특색있는 자연석에 동네이름 새겨/길모르는 방문객들엔 표지판 역할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을 알리자.』
경북도내 자연부락 등 행정리 단위의 마을마다 자연석에 향토색 짙은 옛 마을의 이름을 새긴 이정표를 세우는 「내고향 가꾸기」 운동이 주민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연석 이정표세우기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경북도가 지난해 4월 도내 각 마을에 길을 잘 모르는 외래방문객이나 관광객들을 위해 마을입구 도로변에 찾아보기 쉽고 알기 쉬운 안내표지판을 설치토록 권장하면서부터.
각 시·군은 처음엔 국도변 마을을 중심으로 시범지역을 지정,새마을 조직과 반상회 등을 통해 설치비용 40만원씩을 지원해 이정표를 세우도록 했었으나 올들어서부터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앞장서 경쟁적으로 세우기 시작,이처럼 붐이 일게 된 것.
상주∼점촌∼문경간 국도변의 경우 1백여개 동·리가 진입도로 입구·마을 어귀에 저마다 특색있는 자연석에 「내고향 ○○리·○○마을」 등의 토속명칭을 새긴 이정표를 세웠다.
주민들은 특히 행정당국 지원비용에 출향인사들의 성금이나 마을공동 기금까지 보태 아름드리 자연석을 캐다 깎고 다듬에 세우는 등 마을의 상징물로 만드는 곳도 있다.
또 이정표 주변에 감·대추나무 등 유실수와 야생화로 조경하고 앉아 쉴수 있는 돌의자와 벤치 등 편의시설도 갖춰 누구에거나 포근하고 아늑한 고향의 정취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문경군 문경읍 평천리 입구 이정표에는 『평천리 가는길』이라는 시까지 새겨넣어 외래방문객이나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이 시는 주민들이 2백만원을 들여 자연석 이정표를 세울 때 성금 50만원을 낸 출향인사 임병기씨(45·시인·대구시 대명1동 629의 67)가 「주흘산 등성이/흰눈 내리면/꽃짐지고 영봉은 미소하고/정겨운 인심같이/평화의 냇물/햇살마다 반짝이며 흐르네…」라는 향토색 진한 자작시 『평천리 가는길』을 새겨 고향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임씨는 『이따금 고향을 찾을 때마다 아름답고 인심좋은 고향의 상징물이 없어 안타까워 했었으나 이제는 묵묵히 고향산천을 지켜온 바윗돌에 시비까지 세워놓고 보니 자랑스럽기까지 하다』며 흐뭇해 했다.
도내 행정리는 모두 5천1백74개 마을.
이 가운데 절반이상인 2천4백7개 마을에 이미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나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80년대에 폭 30∼50㎝·높이 70∼90㎝ 크기의 시멘트 기둥에 행정구역상 마을표시만 해둔 획일적인 것이 대부분.
그러나 지난해 9백76개 마을,올해 9백12개 마을 등 모두 1천8백88개 마을에 지역특색과 자연미를 살린 이정표 세우기 운동이 일기 시작하면서 마을마다 주민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함께 자연석을 캐다가 마을어귀로 운반하는 등 주민들의 협동심과 화합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내년에도 나머지 8백79개 마을에 설치비를 지원,자연석 이정표를 세우는 한편 기존 시멘트 이정표도 모두 자연석으로 바꿀 계획이다.<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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