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 MP3 크게 듣는 건 '자해행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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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14면

서울 강남구 김성근 이비인후과 원장(왼쪽)이 환자의 청력 검사결과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귀는 인체의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다. 태아는 귀가 채 만들어지지 않은 임신 6주께 듣기 시작하며 신생아는 엄마의 몸에서 나올 때 소리가 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100세 청년을 꿈꾼다 ⑪ 청력 관리

귀는 갓난아기 때 기능이 최고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총명(聰明ㆍ귀와 눈이 밝다)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에도 이미 조금씩 퇴화한다. 60세인 이순(耳順)이 되면 10명 중 1명은 귀가 어두워져 보청기를 끼어야 한다. 갓난아기는 3만㎐의 소리를 듣지만 사춘기에는 2만㎐, 60대에는 1만2000㎐밖에 듣지 못하며 노인성 난청이 생기면 5000㎐ 이상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청력은 뇌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홍콩 중원(中文)대 연구진은 어릴 때 음악 레슨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억력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 연구 결과를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난청이 생기면 우울증ㆍ인지기능ㆍ판단력에 장애가 생기고 심지어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귀는 바깥귀ㆍ중간귀ㆍ속귀로 구성돼 있다. 소리는 바깥귀의 귓바퀴에 모여 바깥귀길을 따라 고막에 전달되고, 이어 이소골(耳小骨)에서 압력이 증폭된다. 이 소리는 속귀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되고 이곳에 차 있는 액체가 진동하면 관 속에 있는 털 모양의 청각세포가 자극을 받는다. 이 자극이 신경로를 따라 뇌에 전달되면 소리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40대 노인성 난청 증가

노인성 난청은 귀의 전반적인 기능이 퇴화하고 청세포가 죽어서 발생하는 노화 현상이다. 요즘에는 스트레스와 소음으로 뒤덮인 환경 때문에 40대에서도 노인성 난청이 증가하고 있다.

귀의 청세포는 소음에 오래 노출되면 죽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90dB이상의 큰 소리를 오래 들으면 귀가 손상된다. 또 같은 세기라도 주파수가 높거나 20㎐ 이하의 초저주파 소음은 귀에 부담이 된다. 초저주파 소음은 공장이나 비행장 부근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창문이 떨리는 경우나 가정용 DVD 시스템의 서브우퍼 볼륨이 지나치게 높을 때 나는 소리다.

따라서 MP3나 휴대전화를 통해 옆사람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음악을 듣는 것은 ‘자해행위’다. 가급적 90dB이상 되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좋고 피치 못할 경우 1시간에 10분 정도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약국에서 귓구멍을 틀어막는 귀마개를 사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귀지 파기 삼가야

반면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은 귀에 보약이 된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등 자연적 소리는 귀에 좋다. 섬세한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고전음악이나 재즈도 귀를 건강하게 한다.

귀지를 마구 파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귀지는 귓구멍 안 4000개의 귀지샘에서 만들어지며 외부에서 침입하는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분해해 귀를 보호한다. 억지로 파내는 것은 멀쩡한 아군을 처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무리한 방법으로 빼지 말고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따뜻한 것을 귀에 대 자연스럽게 말린다.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대사 이상 등이 있으면 청신경이 상할 수 있으므로 원인 질환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과로ㆍ스트레스ㆍ담배ㆍ카페인 음료ㆍ염분도 귀에 해롭다. 특정 약물도 난청을 유발한다. 항생제 근육주사, 일부 항암제, 이뇨제, 아스피린 등도 난청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들 약물을 투여받고 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주치의와 상의한다.
 
조기 발견이 중요

난청이 의심되면 무작정 보청기를 구입할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 전문의는 난청의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 수술, 보청기 착용 중 적합한 방법을 처방한다. 요즘 보청기는 200만분의 1초의 빠른 속도로 아날로그 소리를 디지털화해 미세한 소리를 구분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소리를 편안하고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난청 초기에 보청기를 끼면 젊었을 때와 거의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늦게 보청기를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전문의에게 가면 자신의 귀 상태와 청력, 속귀 청신경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처방받을 수 있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주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해 보청기의 소리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주신 분

홍성화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성근 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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