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동숭동 숙소에서 신림동학교까지 갈 때 버스를 이용하는 나는 차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길가에 있는 것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겐 거리에서 약국 이외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포스터 등에 나타난 신랑신부의 사진이다. 그런 사진들을 볼 때 나는 한국인이 결혼을 매우 중요한 일로 간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 이야기가 식사하는 것이나 일하는 것과 같이 일상적인 이야기로 취급되는 것 같다. 나는 만난 지 10분밖에 안된 사람으로부터『언제 결혼하겠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 질문은 태국에서는 프라이버시 기 때문에 친한 사람이 아니면 결코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밥 먹었어요』라고 하는 것처럼 그 질문을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해외 교포인 한국 친구가 결혼에 대해 발표하면서 자기는 아마 중매결혼을 할 것 같다고 하는 것을 듣고 과연 한국인은 누구와 든지 결혼이야기를 하는구나 깨달았다. 그 후부터는 친하지 않은 사람한테서 느닷없이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놀라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다른 이의 몸을 터치하는 관습(?)이다. 남동아시아에서는 친한 사람이 아니면 어깨를 치지 않고, 자기보다 나이가 높은 사람의 머리를 잡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하면 너무 매너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연인끼리가 아니면 손이나 팔을 잡거나 허리를 껴안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남자가 여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관습이다.
한국의「남녀 칠세 부 동석」도 남녀가 가까이 있으면 성적인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남녀가 몸을 만지면 성적인 욕구가 생기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여튼 최근 한국사회에서 생겨난 듯한 남자가 여자의 몸에 쉽게 손을 대는 관습은 인간관계를 따뜻하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자칫하면 불쾌한 일이 되어버린다. 내 친구가 그가 아는 한 기혼 남자와 이야기할 때마다 그 남자에게 팔을 잡히거나, 어깨를 껴 안겨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 남자에게 인사하자 그가 나의 팔을 당겨 나도 껴 안겨버렸다. 그 행동은 일상적 터치를 핑계로 다른 저의를 숨기는 행동인 것 같아 전연 따뜻한 호의로 느껴지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