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접대」말썽이 초점/교사 가정방문 찬반의견 분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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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찬성 학교·가정 유대강화 비행방지효과/반대 「봉투」오해속 효과적 지도 기대못해
내년 새학기부터 허용되는 국민학교 교사의 가정방문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선학교 교사와 학부모사이에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일선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한 학생에 한해 가정방문을 제한적으로 실시해 항상 사후에 문제를 처리하게 돼 효과적인 생활지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로 학교와 가정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인계지도해 사전에 문제학생을 관찰,비행의 길로 빠져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두선서래국교 교장은 『가정방문의 긍정적 효과는 무시된채 일부교사와 학부모의 비교육적인 행태 등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교육의 가장 중요한 2개의 축인 학교와 가정이 단절돼 왔다』면서 『이때문에 학생의 가정환경을 몰라 생활지도 등 학생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교5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학부모 김은영씨(37·서울미아동)는 『가정방문이 금지됐다 하더라도 교사에게 금품을 줄 사람은 다 주고 있는게 현실아니냐』며 『형편에 따라 차한잔이나 간식정도 대접하는 풍토가 일반화된다면 가정방문을 통해 담임선생님과 아이의 학교생활태도나 성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아이의 교육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봉투·접대에 따른 교사와 학부모간의 부담을 들어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교직생활 15년째라는 서울 J국교 교사 박모씨(44)는 『생활지도차원에서 가정방문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가정방문이 없는 지금도 교사의 금품수수가 말썽이 많은데 집에까지 찾아가면 당연히 봉투를 받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부모 정희숙씨(35·서울대림동)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집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누추한 집안을 보여주기도 그렇고 그냥 보낼 수도 없는 입장일 것이므로 부담만 줄 것』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학교상담실 등을 이용해 아이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인회 연세대교수(교육학)는 『담임교사가 학생의 가정환경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 학생지도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러나 학급당 학생수가 50명 가까이 되고있는 현실에서 가정방문을 한다고 해서 과연 효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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