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500 애국심 속으로 시속 400㎞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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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하나의 미국을 만들기 위한' 용광로(melting pot)가 달아올랐다.

단일 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인디500)' 본선이 28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린다. 전몰자 추모일(메모리얼 데이)이 속한 주의 일요일에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로 91회째를 맞는다. 순수 입장객만 27만 명, 최대 수용 인원 40만 명을 자랑한다.

다민족 국가 미국이 어떻게 하나의 용광로에 녹아드는지는 인디500을 보면 알 수 있다.

◆ 애국심

'인디언(미국 원주민)의 땅'이라는 의미의 인디애나, 그곳의 주도(州都) 인디애나폴리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장 트랙(경주장.1909년 건설)인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가 있다. 본선 일주일 전인 21일에는 인디500의 마지막 예선이 치러졌다. 최종 예선전은 치열한 순위다툼으로 '부딪치는 날(Bump day)'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날 더욱 주목받은 것은 '군인의 날' 행사였다. 경주장 입구에 마련된 탑 주변에 61명의 인디언 청년이 늘어섰다. 그들은 리처드 루거 인디애나 상원의원과 함께 '성스러운 군복무'를 위한 서약식을 치렀다. 인디언 젊은이들은 오른손을 높이 쳐들고 충성의 맹세를 했다. 루거 의원은 ROTC에 지원한 인디언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10만5000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250개의 조직을 가진 거대 기업 스피드웨이는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맞장구쳤다. 인디500의 주요 테마 '애국심 고취'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저변에는 '겉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본선에서는 전몰자 기념일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퍼듀 대학 밴드부의 연주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투기가 하늘을 수놓는다. 밴드는 미국 국가(God Bless America)를 연주하고, 군인들이 대형 성조기를 트랙 바닥에 펼친다. 이런 장면은 7월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나스카(NASCAR.개조 자동차 경주)에서도 볼 수 있다.

22일(한국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인디500 레이스에 참가하는 33명의 드라이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 독특함

세계 규모의 레이스 중 유일하게 여성 빅스타가 활약하는 대회가 인디500이다. 올해는 2005년 신인상 수상자 대니카 패트릭(25) 등 3명의 여성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그래서 인디500의 출발 신호는 '남성 여러분, 시동을 거세요(Gentlemen, start your engines)'가 아니라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시동을 거세요'다.

인디500 우승자는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는다. 대신 흰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1936년 우승자 루이스 메이어가 처음 시작한 것이 낙농업협회의 지원으로 이어지면서 인디500의 전통이 됐다. '술과 운전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명분을 얻으며 독특함은 자랑스러움으로 변했다. 연료로 메탄올(천연가스)을 사용하는 것도 특별한 전통이다. 올해부터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천연 에탄올을 사용한다.

강인식 기자

◆ 인디500은=F1(포뮬러 원)과 마찬가지로 머신(바퀴가 밖으로 나온 경주차)으로 레이스를 펼친다. 그러나 인디500은 유럽에 뿌리를 둔 F1과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경주 방식이다. F1은 구불구불한 서킷에서 경주를 하지만 인디500은 2.5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타원형의 경주장'을 200바퀴(500마일) 도는 레이스다. 매끈한 타원형 트랙을 달리다 보니 최대 시속이 380~400km에 이른다. 그래서 인디500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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