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등급에 대한 3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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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제.개정을 계기로 개인의 신용등급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두 법의 제.개정으로 일단 최고 대출금리는 등록 대부업체는 60%, 무등록 대부업자나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40%로 제한된다. 언뜻 보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전에 비해 싼 금리로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불법 사채업자형 대부업체의 고금리 횡포에 시달릴 사람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전망. 급전이 필요해 금리를 불문하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신용평가사들은 개인의 신용등급을 1에서 10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 가운데 1, 2등급은 최우량 고객이다. 3, 4등급은 부실 가능성이 작아 은행권 대출은 가능하다. 반면 5, 6등급은 단기 연체 경험이 있어, 은행 대출이 쉽지 않다. 대신 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 금융권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 이 1~6등급이 전체 대출 고객의 70%가 넘는다. 문제는 7등급 이하의 신용 경계인들이다. 연체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심각한 연체를 하고 있는 경우인데 7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금리 규제가 강화되면 7등급 이하의 신용 경계인들 간에도 금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6등급으로 분류되면 상호저축은행에서 7%의 대출 이자를 적용받는 데 반해 7등급은 등록 대부업체에 50%대 이자를 물어야 한다. 8,9 등급은 미등록 대부업체에 수백%대의 이자까지 감수해야 한다. 개인의 신용등급을 관리할 때 사소한 실수가 대출자의 처지를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금 관리 전문가인 공인회계사 맹동준(44.오성회계법인 대표)씨는 "개인 신용등급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비례해 그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지적하는 첫 번째 오해는 소득이 높을수록 신용 등급도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높은 소득과 좋은 직장, 그리고 장기 근속 등은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상황에 따라 자주 변경해주지는 않는 요소다. 따라서 소득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신용카드나 대출 이자 결제에서 연체가 없는 경우는 신용등급이 높다. 또 계속 신용등급이 올라갈 여지도 크다. 반면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자주 연체를 하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을 수 있다.

둘째, 대출이 없어야 신용 등급이 높다는 것도 오해다. 오히려 연소득의 50% 미만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고 연체가 없는 경우가 오히려 신용등급이 더 높다. 신용카드도 2 ̄3개의 적정한 카드를 갖고 연체 없이 이용 대금을 상환한 경우가 더 유리하다. 한 마디로 빚이 아니라 연체가 없어야 한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이 단기 연체 정보나 대출 상환 실적을 공유하고 있어서 5일 이상 연체를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도 일반적인 오해다. 대부분의 신용평가사들은 신용 정보 조회 횟수나 신용 거래 시도, 거래 패턴까지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변수들은 단기간에 수정하기 어렵다. 적어도 6개월 이상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연체가 발생할 경우 연체금을 즉각 상환하고 과다한 대출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고, 불필요한 카드를 해지하고 신용기록에서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개인들이 신용평가사를 통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언제든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에도 금융감독원 개인신용정보 모범 규준에 따라, 연 1회에 한해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올 2월에 시작된 한국개인신용의 올크레딧(www.allcredit.co.kr)과 한국신용정보의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한국신용평가정보의 크레딧뱅크(www.creditbank.co.kr)를 활용하면 된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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