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감 자료는 툭하면 "비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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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실련은 올 2월 8개 민간 분양 아파트의 승인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각 시.구청에 청구했다. 이 중 여섯 곳은 자료를 공개했지만, 성동구청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부산시청은 사업계획.자금계획 승인서를 빼고 나머지만 부분공개 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차성옥 간사는 "똑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서를 보냈는데도 판단 기준은 제각각"이라며 "정작 알맹이는 쏙 빼놓고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보공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기자실을 통폐합해도 취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비공개 대상 정보도 공익상 필요하면 공개토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공무원들의 무성의한 자세와 모호한 규정 때문에 정보공개 제도가 겉돌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4년 개정된 정보공개법은 청구 뒤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개된 자료의 내용이다. 경실련은 지난해 건교부에 민자사업과 관련된 설계.도급.하도급 내역 등을 청구했지만 받은 자료는 달랑 공사비 내역 집계표 한 장이었다. 나머지 자료를 요구하자 담당공무원은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라"고 했다. 결국 법에 정해진 기한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비공개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도 문제다. 국방부나 외교통상부 관련 정보는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 대상이다. 이의신청 절차가 있지만 이 경우 공무원이 중심이 된 '정보공개심의회'가 다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까지 가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참여연대는 2002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 거부 사유의 공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 모두 승소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정부 부처들은 민감한 자료들은 일단 무조건 비공개로 한다"며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해도 언론의 정보 접근은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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