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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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차창밖으로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여기저기에 짧은 바지 차림의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차를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아도 젊은이들은 거의 반바지 차림들이다.
동네의 슈퍼마킷이나 시내의 대형책방에 가보아도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올여름은 어디를 가나, 어디를 보거나 짧은 바지 차림을 볼수있다.
그런데 짧은 바지라고해도 다 같은 것이 아니라 너무도 모양이 다양하고 입은 사람들의 개성에 따라 전태만상이어서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입다가 지루해진 청바지를 다양한 길이로 잘라 끝을 풀어서 입은 청소년들, 스커트로는 감히 입을수 없는 초미니 기장의 큐롯을 입은 아가씨들, 몸이 드러나 보이지 않도록 길이도 좀길게, 폭도 좀넓게, 그래서 다리를 붙이고 서면 스커트처럼 보이게 입은 중년여성들, 형광색이 재미있는 프린트의 벙벙한 코튼반바지 차림의 어린 학생들, 나는 심지어 우리 동네에서 짧은바지를 멋지게 입고계시는 할머니도 본적이 있다.
물론 짧은바지 입은 사람들이 다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다. 며칠전 백화점에서 중년의 한 남성분이 입은 반바지차림은 정말 아니올씨다였다. 가족들과 쇼핑 나온 것같았는데 아래옷과 웃옷의 색상도 전혀 안맞는데다 특히 반스타킹이 아닌 보통의 양말 목을 있는대로 잡아당겨서 신고 있었다. 나는 그옆에 따라오고 있는 그분 부인의 얼굴을 다시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왜 디자이너가 필요한지를 생각했고 또 일반에게도 옷을 알맞게 골라입고 어울리도록 조합해 입는 이른바 코디네이션 교육을 해야할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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