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자들의 원성(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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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6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는 1백여명의 원폭피해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주최한 「반전·반핵 평화마당」이 열렸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다 45년 8월6일과 9일 각각 히로시마(광도)와 나가사키(장기)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피해로 한평생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던 원폭피해자들은 저마다 일본정부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전신무력증으로 40여년간 혼자 힘으로 걷지도 못해 폐인처럼 살아왔어요.』
6세때 부모를 따라 히로시마로 갔다 45년 당시 어느 종합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하던중 갑자기 『우르릉 쾅』하는 굉음과 섬광에 정신을 잃은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 최순임할머니(71·서울 구로동)의 한서린 토로였다.
최씨는 히로시마에서 원폭피해로 가족을 모두 잃고 고향인 서울로 돌아왔으나 심한 구토와 설사로 취직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집안에서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손가락에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진무르고 헐어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원폭피해의 비극이 그치지 않는 까닭은 우리정부가 원폭피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전국 2천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이 살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실태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요. 우선 병원에서 치료라도 마음껏 받게해줬으면 좋겠어요.』
강제징용으로 히로시마에 끌려가 원폭피해를 본 이봉의할아버지(73·서울 도림동)의 말.
『피해자들에 대한 생계비보상이나 복지정책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입니다.』
이씨의 말에서 47년간 피폭의 한을 품고 살아온 이들의 진짜 고통이 무엇이었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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