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30억 “책임져라”“못진다”/「정보사땅 사기」로 꼬리무는 송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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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 대리 예금불법인출 확인 승소 자신 제일생명/발행·할인가능성여부 직접찾아가 확인 신용금고
정보사땅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는 많은 의문점을 남긴채 일단 끝이 났지만 사건이 얽힌 금융기관끼리의 「돈 싸움」은 이제부터다. 제일생명은 국민은행을 상대로 2백30억원의 예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곧 낼 참이고,제일생명의 어음을 할인해주었던 동부·민국 상호신용금고가 5일 약속어음 청구소송을 낸데 이어 동아·신중앙도 이를 뒤따를 예정이어서 모두 2백억원에 이르는 어음을 제시하며 돈은 갚아야 할 게 아니냐고 송사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사와 은행·신용금고 등 6개 금융기관이 한데 얽힌 송사자체가 드문일인데다 소송 금액도 자그마치 4백30억원.
◇제일생명=제일생명측은 일단 국민은행과의 소송은 정덕현대리가 예금을 부정인출한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드러난 만큼 이기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문제는 4개 상호신용금고가 갖고 있는 2백억원의 어음인데 제일측도 제반정황이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전적인 승소보다는 신용금고측의 약점을 부각시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제일은문제의 어음이 표면적으로는 할인이 가능한 「진성어음」이지만 정명우와 맺은 약정서상 이 어음이 「부동산 매매가 성사될 경우에만 중도금 및 잔금으로 대체된다」고 전제되어 있음을 지적,실제로는 할인이 될 수 없는 「견질어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제일생명은 2백30억원의 돈이 은행대리의 손을 거쳐 불법인출된 점을 들어 국민은행측이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불법인출은 인정하더라도 인출될 당시 제일생명은 이미 그 돈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매계약서를 보면 그 돈은 제일생명이 정보사땅 대금조로 이미 작년말께 사기단 일행에 지급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2백30억원이 인출된 후 제일생명이 다시 4백30억원의 어음을 사기단 일행에 건네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마디로 2백30억원이 인출될 당시 제일생명측은 그 돈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것이 국민은행측 논리다.
◇상호신용금고=4개 신용금고는 승소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제일생명이 피사취계를 냈다면 소송에서 어음소유자인 신용금고가 「선의의 취득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나 아무런 증거나 명분이 없다는 것. 즉 신용금고측은 사기단과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어 연루관계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
게다가 사채업자를 통해 어음할인 제의가 들어왔을 때 분명히 제일생명에 발행여부와 할인가능 여부를 확인했으며 직접 찾아가 분할발행까지 했는데도 제일생명이 불법할인을 이유로 피사취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한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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