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 조국에 감격의 첫 금|여사이클 1천m 불굴의 여걸 에스토니아 살루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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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올림픽에 이어 사이클 여자1천m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획득, 올림픽 2연패와 함께 신생독립국 에스토니아에 56년만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에리카 살루메(30)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선수.
그녀는 『88년 서울 올림픽때 소련 선수로 참가해 획득했던 금메달보다 이번 금메달이 훨씬 값지다』며 『이 금메달을 경제적인 여건등으로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는 에스토니아 사람들에게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36년 소련에 합병된뒤 갓 독립한 조국 에스토니아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그녀는 이날 시상식에서 에스토니아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흑·백·녹 3색의 에스토니아 국기가 계양되자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또 31일 시상식이 끝난 뒤 어린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고아원에 맡기면서 헤어졌던 어머니를 시상식장에서 만나 감격적인 재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살루메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했음에도 불구, 자기 돈으로 사이클을 구입해야 했고 조국의 어려운 사정때문에 스폰서를 구할 수도 없었다.
또 에스토니아 사이클 연맹의 재정적인 도움으로 겨우 파리에서 훈련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몇년전 웨이트트레이닝때 다친 등부상 때문에 올해 열렸던 국제대회에서는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살루메는 네차례나 세계챔피언을 지낸 코니 영(미국)과의 깊은 우정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영은 살루메를 캘리포니아로 초청, 3년간 그곳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자신의 스폰서를 통해 살루메가 생활비와 대회 참가비용등을 후원받을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살루메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우승으로 87년, 89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와 올림픽2연패를 동시에 달성하는 위업을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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