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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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마전 유아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따라 여름방학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조그마한 일이지만 무척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유아원 선생님이 나에게건네 준 앨범과 종합장 때문이었다.
종합장은 그동안 딸애가 정성스럽게 오려 붙인 각종 글자·숫자나 그림등이 빼곡히 채워진 것이었고, 앨범은 딸애의 유아원생활을 담은 사진들이 정겹게 곁들여진 정성어린 방학선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담긴 정성만큼이나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은 투박한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앨범과 종합장이었다.
앨범은 흔히 볼 수 있는 번듯한 접착식이나 비닐이아니라 두꺼운 종이로 된 까만색 표지에 포장지로나 쓰일법한 누린 종이를 엮어 만든 스크랩북처럼 생긴 것이었다. 종합장도 요즘 일부 제지회사에서 만들어 무료로 학교에 배포한다는 재생용지공책이었다.
이런 앨범과 공책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그동안 까맣게 잊고있던 70년대 갱지공책에 대한 기억이었다.
내가 국민학교와 중학시절을 보낸 당시는 누렇고 재질이 껄끄러운 공책이 보통이었고 공책 겉장까지 줄을 그어 썼다.
새 공책으로 바꾸려면 한쪽도 남기지않고 알뜰하게 썼는지를 선생님이나 어머니에게 검사받아야 했고, 달력 뒷면을 잘라 연습장으로 쓰기도 했다.
내 나이 또래 역시 웃어른들로부터 절약할줄 모르는 「요즘 애들」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랩음악에 열광하고 과보호속에서 자라기 십상인 요즘 어린이·청소년에게 이같은 기억을 늘어놓다간 무슨 6·25때 궁상맞은 얘기냐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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