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명예 회복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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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앙일보에서 요즘 자주 기사화되는 해직 교사 복직 문제에 대해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관심있게 읽었다.
그리고 해직교사의 복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89년도에 해직되고 난 뒤 해직교사들이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린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 해직교사의 복직문제를 그들에 대한 동정적인 차원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씁쓸한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3년여 동안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오직 참교육을 향한 열정으로 전업하지 않고 교육 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대다수 해직교사들이 결코 경제활동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생활고를 견디며 지내왔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 생활고를 견디다못해 약 8개월 전에 과일장사를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교사들이 받는 봉급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해직기간을 통해서 정부에 의해 비판되어 왔던 정치 행위의 문제는 (어차피 사람은 정치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결코 어느날 갑자기 독불 장군식으로 해직교사들이 정치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받게된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그렇게 정치적 행위를 하게된 데에는, 역으로 생각을 하면 우리 교육계와 사회에 많은 문제가 누적되어 그들을 그쪽으로 몰아 갔었던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해직 교사 중에는 어느 누구도 교육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개선 장군식의 명예욕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참교육의 열정으로 교육개혁을 위해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않고 양심을 지키기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던 순진한 사람일 뿐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 대계이고, 교육계는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양심의 최후 보루일 수도 있다.
국민화합의 시기인 지금이야말로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야했던 교사들에게 교육자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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