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조례 제정의미/“담배자판기 설치 안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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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민단체 청원에 자치단체서 뒷받침/“풀뿌리 민주주의 참모습 보였다”평가
청소년 흡연이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부천시 의회가 27일 임시회를 열고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담배 자동판매기에 대한 설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 24일 재무부가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함에 따라 이를 근거로 부천시 의회가 이날 통과시킨 담배자동판매기 설치금지에 관한 조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중 처음으로 제정됐으며 전국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부천시 의회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만든 조례는 담배자판기를 앞으로 성인전용 출입업소를 제외한 시전역에 설치할 수 없도록 했으며,이 조례 시행전에 설치된 담배자판기는 조례시행 3개월 이내에 철거토록 했다.
특히 이번 담배자판기 설치금지 조례안 제정은 지역의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뜻이 합치돼 이뤄냈다는 점에서 「참다운 풀뿌리 민주행정의 시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월18일 「청소년의 고민과 아픔의 디딤돌 어머니 모임」 등 부천 YMCA산하 5개 시민단체는 「담배자동판매기 철거 및 조례제정에 관한 학부모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YMCA산하 단체들은 당시 제출한 청원서에서 『시내에 설치된 담배자판기 45대중 22%인 10대가 학교주변에 설치돼 있고 전체 판매량의 24%를 청소년이 구입하고 있다』며 건전한 청소년문화 창달을 위해 담배자판기 설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담배의 주생산국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민단체가 지난 1월 담배자판기는 성인전용 시설에만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반시는 처벌토록 하는 「담배생산품에 관한 형법 제308조 개정법률」 등을 주의회에 청원하는 등 담배자판기 설치를 규제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라고 밝혔다.
YMCA산하 단체들은 시의회에 청원서 제출에 앞서 재무부와 내무부에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관계법령(재무부령 1769호)이 미성년자에게 연초나 주류를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성년자 보호법 4조 1항과 상치되므로 하위법인 재무부령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부천시 의회가 제정한 담배자판기 설치를 금지하는 조례가 앞으로 20일 이내에 공포되면 곧바로 발효돼 늦어도 11월20일까지는 부천시에서 담배자판기가 전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천시에는 1백개의 양담배 자판기와 30개의 국산담배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 부천 YMCA 함영미간사(29·여)는 『시의회가 담배자판기 설치를 규제한 것은 올바른 청소년문화 정착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참뜻을 구현하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자판기 설치를 규제하는 조례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부천=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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