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청장의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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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사적 제195호인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효종대왕릉에서 가스통까지 설치한 뒤 음식물을 조리해 각계 인사들을 대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7일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발언했다.

유 청장은 15일 오후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세종대왕 탄신 610돌 숭모제'에 참석한 뒤 바로 옆의 효종대왕릉을 방문, 재실(齋室) 앞마당에서 지역 국회의원, 여주 군수, 여주 군의회 의장 등 30여 명과 점심식사를 했다. 문제는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측이 목조 건물인 재실 바로 옆에서 LP 가스통에 버너를 연결하고 숯불까지 피워 음식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재실은 제사를 위해 무덤이나 사당 옆에 지은 집으로 효종대왕릉 재실은 전국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곳으로 꼽힌다.

재실 앞마당에는 천연기념물 제459호 회양목도 있다. 문화재청은 전국의 왕릉 경내에서 관람객의 화기 반입이나 불 피우기뿐 아니라 식사도 금지하고 있다.

유홍준 청장은 이에 대해 "제례(숭모제)를 지낸 뒤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몇백 년 된 관행"이라며 "음식을 재실에서 해먹지, 어디서 먹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를 문제삼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을 피운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날 박영근 사적명승국장 명의로 해명자료를 내고 "예부터 재실이 사용돼 온 관행에 따라 음식을 장만하고 데우기 위해 화기를 이용한 것이지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이를 계기로 고궁과 왕릉 행사 때 다례 행사 절차와 조리.식사 범위를 설정하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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