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군인상(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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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라통일의 초석을 이룬 화랑도는 치열한 무사도 정신을 자랑했다. 조국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다는 정신이 몸에 배 있었고,그래서 전사하는 것은 화랑의 최고 명예였다. 그같은 화랑정신은 전쟁터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삼국사기』조차도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화랑의 태도를 개탄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전무퇴」의 화랑정신은 군인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최고의 애국심으로 꼽혀왔다. 오늘날의 「군인복무규율」도 그 사상적 기반을 거슬러 올라가면 화랑정신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군인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로서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진정한 용기,필승의 신념,임전무퇴의 기상을 견지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그 바탕으로 삼는다….」
이같은 군인정신으로 강조되는 대한민국 국군의 이념은 첫째 국가의 수호,둘째 민족사의 정통성 수호,셋째 국민의 군대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국군의 이념은 전시나 비상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에도 결코 잊혀져서는 안될 군인의 금과옥조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군인정신이 망각되기 쉽고 전체적인 기강과 규율이 해이해지기 쉽다는 것이 일반화된 이론이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상황에 이르는 것처럼 두렵고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전시나 비상시의 군인정신과 평상시의 군인정신의 중점은 달라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시에는 「임전무퇴」의 정신이 무엇보다 강조돼야겠지만 평상시에는 「국민의 군대」라는 자각이 강조돼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군인의 애국심도 똑같다.
한 재야단체가 「애국군인상」을 제정키로 하고 국방부에 후보추천을 의뢰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의 「애국군인상」이라면 이 시대의 애국하는 군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게 되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상의 성격상 자칫하면 정치색에 물들 가능성도 있고,본래 의도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도 전혀 없지 않다. 진정 「국민의 군대」임을 보여주는 「애국군인상」이어야 한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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