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 한문교육 최근 재개” 김 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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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자기 교환… 수행원엔 문배주 2병씩/김달현부총리 청와대 예방 안팎
노태우대통령은 24일 낮 청와대에서 북한 김달현정무원부총리를 접견,50분간의 단독요담 및 우리측 최각규부총리 등과 북측 수행원이 합석한 1시간10분간의 오찬환담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예정된 30분보다 20분간을 넘겨 낮 12시20분까지 요담하며 북한의 핵문제와 부속합의서 타결이 경제협력의 선결요건이란 점을 누누이 강조.
이날 요담에서 김 부총리는 김일성주석의 메시지를 전할때 갖고있던 봉투에서 메모지를 꺼내 읽은뒤 다시 봉투에 넣어 한때 김 주석의 친서를 가져온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으나 친서는 휴대하지 않았으며 구두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관계자들이 확인.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 면담을 마친뒤 낮 12시25분부터 1시30분까지 청와대 인왕실에서 김 부총리 일행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우리민족의 고유문화와 전통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노 대통령은 특히 서울에서 퇴계학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던 것과 관련,『당시 구소련·유고 등 지난날 공산권 국가에서 많은 학자들이 참여해 놀란 적이 있다』고 술회. 김 부총리는 『우리민족은 원래 우수한 민족』이라며 『우리 고유문화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이 시대에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
이때 우리측의 한 참석자가 최근 북한에서 이조실록의 번역본이 출간된 것과 관련,『번역이 참 잘됐다고 들었는데 좋은 업적을 냈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북에서는 한글의 발전에도 많은 공을 쏟지 않았느냐』고 김 부총리에게 질문.
김 부총리는 『우리는 해방직후부터 한문을 쓰지않고 한글을 개발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지만 최근에는 한문교육을 하고 있다』며 『한문을 모르고 우리 조선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요』라고 반문.
노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 『무엇보다 남북은 서로 상대방의 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 부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앞으로 잘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피력.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신이 닳도록 다녀야겠습니다. 진실로 고맙습니다』라며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옳은 말씀입니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라고 대답.
노 대통령은 이날 김 부총리에게 서명이 든 도자기 1점,수행원들에게는 국산카메라 1대와 문배주 2병이 든 선물세트를 선물했으며 김 부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동양화 1점과 청자 1점을 선물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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