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트이는 경색정국/직접대화 길 찾는 양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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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당과 공조는 판단착오였다” 동감/여론추이 살피며 서로 “손해볼 것 없다”
김영삼민자당대표의 양김회담 제의에 김대중민주당대표측이 적극 검토쪽으로 화답함에 따라 석달 가까운 여야 대치국면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기미다.
두 김씨가 자치단체장 선거문제를 빌미로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오기 내지 기세대결을 벌이다 직접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은 피차 정국파행에 따른 부담을 덜어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김씨 모두 정주영국민당대표를 끌어들여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전략이 오판이었음을 알게 됨에 따라 더이상 변죽만 울리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 이에 따라 두 김씨는 큰 판승부는 한풀 접어두고 무승부상태에서 일단 타협쪽으로 방향을 틀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담이 이뤄질 경우 단체장선거에 관한 타협까지는 안가더라도 적어도 임시국회 재소집과 국회정상화에 관한 합의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삼대표는 27일 정 대표와 2차 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예측불가능한 정 대표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등원거부로 궁지에 몰린 김대중대표와 손잡고 경색정국의 늪을 함께 탈출하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김 대표로서는 대표회담제의로 손해볼게 없다는 것이 민자당의 판단이다.
김대중대표가 수용하면 경색상태를 풀어서 좋고,거부하면 김대중대표를 계속 코너로 몰아넣을 수 있어 나쁠게 없다는 속셈이다.
성사시기는 민주당측 내부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빠르면 내주중,늦으면 영등포을 선거구 재검표가 있은 직후인 8월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김대중대표에게 줄 마땅한 선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데 있다.
민자당은 단체장선거의 연내실시 불가입장아래 내부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단체장선거 실시라는 마지노선을 갖고 있다. 김대중대표도 민자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을 확인하면 그나마 단체장공천의 「입도선매」가 가능한 차선의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김회담에서 김대중대표가 이를 즉각 수용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국회정상화의 대가를 얻어낼만큼 얻어내고 단체장선거의 고리는 풀지 않으면서 대선때까지 최대한 여당을 괴롭히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에서의 관권선거 방지대책과 정치자금 부분에 대한 숨통을 터주는 정도로 여야합의에 의한 8월중 임시국회소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대표가 회담에 나서려는 것은 정국관리에 탄력성을 갖추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개원국회가 별볼일없이 끝나면(28일 폐회) 꽉막힌 상황을 놓고 여론압박이 정치지도자들에게 몰려올 것임을 알고 있다.
단체장선거 하나로 단선화시켜 정국흐름을 계속 자기쪽으로만 끄는게 벅차다고 보는듯하다.
김 대표의 핵심측근은 『단체장선거를 받아내기 위해서도 전략적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대통령선거까지 정국구도를 다양하게 짤 생각을 하고 있다. 정 대표를 만나보고(14일) 그를 붙잡아 야권공조의 틀을 다지려는 구상이 빗나가자 김 대표로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노원을 당선번복으로 힘을 얻었지만 그것만으로 강성기조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 대표는 정 대표에게 실망해 비슷한 처지인 김영삼대표의 이번 제안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김대중대표는 회담이 성사되면 대선전략인 김영삼대표와의 차별성 부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끈하게 회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단체장 쟁점이 묽어질까 걱정하기 때문이며 김영삼대표로부터 아무런 양보를 얻지못할 경우 후유증이 생길 것을 의식하고 있다.
단체장선거를 줄기차게 밀어붙인 덕분에 당위성을 알린 대신 단체장선거없는 대통령선거는 패배와 다름없다고까지 나가는 바람에 김 대표는 무언가 소득을 얻어내야 하는 부담을 자초했다.
막후창구역인 한광옥사무총장이 『저쪽이 제의했을땐 단체장선거입장에 변화가 있지 않나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 것은 「양보카드」의 선보장을 강조한 것이다.
동상이몽에서 출발하는 양김회동이 어떤 접점을 찾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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