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여자부 2연패 성남중앙도장 김선휴 사범|"검도는 찰나 가르는 혼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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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검도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운동입니다. 하면 할수록 「혼의 예술」 「찰나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 유일의 여성검도사범으로 최근 열렸던 전국검도대회(전국사회인검도연맹 주최)에서 작년에 이어 여자부 2연패를 기록한 김선휴씨(31·성남중앙도장 소년부 지도사범).
한낮의 태양이 쨍쨍 내리꽂히는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 자리잡은 지하도장에서 그는 마치 수도하듯 「혼」과 「찰나」와의 대결을 위해 뜨거운 밖의 세상을 잊은 듯했다.
불과 8개월 전까지만해도 농협의 타이피스트로 매끈하고 날렵한 손놀림을 자랑했던 그. 이제 그는 죽도를 들고 눈깜짝할 순간에 상대의 허점을 간파, 빈틈없이 타격해 보는 이들을 경탄케 하는 검도 3단의 여검사로 불린다.
『검도는 분명 여성에게는 힘에 겨운 운동이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의 강점인 스피드와 힘을 거리와 자세의 완급조절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오히려 매력이 느껴지기도 해요.』
김사범이 검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부터 4년 전.
『대망』이라는 일본소설을 읽다 검도에 이끌려 퇴근 후 회사근처 검도장에서 살다시피 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남자들과 전혀 차이가 없는 수련과정을 이를 악물고 따라 갔습니다. 검도를 하니까 집중력과 결단력·지구력이 월등히 좋아지더군요. 이제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편치 않아도 죽도를 들고 연습에 몰입하면 다잊어버리게 돼 마치 제게는 종교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는 대결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어디를 치려하는가를 파악해야 하므로 한순간, 순간의 정신통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도는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 강화에도 좋은 운동이라는 것.
50여명의 여성검도인들이 기량을 겨룬 전국대회에서 작년에 이어 두번째 1등을 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남성들과 함께 단체전에도 출전, 자신이 속한 팀이 8강에 오르게 하는데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사범의 단체전 출전은 검도인들로 하여금 『여성도 검도에 흐르는 감각과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면 충분히 남성검도인을 제압할 수 있다』는 평가를 하게 했다는 것.
충남여고 졸업 후 8년간의 타이피스트 일을 지난해 끝내고 이제 20여명의 국교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는 「칼날같은」 사범으로 변신한 그는 『앞으로 작은 도장을 마련, 여성후배를 많이 양성하는데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현재 전국의 여성검도인은 5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아직 미혼인 그는 『이제 밤거리가 무섭지 않다』고 말하면서 『남성과 완력으로 힘을 겨루기 이전에 마음으로 그 사람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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