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중대선거구 제의' 국회 하루 만에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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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의 '게임의 룰'에 큰 가닥이 잡혔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소위가 18일 다수 의견 형식으로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 유지▶선거구 획정의 인구 상하한을 10만~30만명으로 조정하는 안을 채택했다. 현재는 9만~27만명이 기준이나 이 인구기준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거치고 본회의 표결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훌쩍 넘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이 이 안을 지지하고 있어 열린우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현행대로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경우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역 기득권이 지켜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은 영남,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뚜렷한 지역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여권으로선 그만큼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줄기차게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주장해왔다. 盧대통령은 지난 17일엔 국회에 서한까지 보내 "한 지역에서 여러 당의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분권과 지방화 대세에도 맞다"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정을 설득했다.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여권은 한 지역구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토록 해 여러 당이 의석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중대선구제 도입을 최선책으로 내놨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盧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농촌과 소도시는 소선거구제로▶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도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소위 결론으로 이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해체 위협을 느끼고 있는 한나라당과 분당 이후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가고 있는 민주당의 '이심전심 공조'도 이런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지켜볼 부분은 남아 있다. 여권이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盧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집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의원 정수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마찰을 빚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현행(2백73명) 유지를, 민주당은 2백99명으로의 환원을 주장하고 있다. 협상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양성평등선거구제나 여권이 선호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과도 맞물려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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