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할아버지' 78세 주수진씨, 백두대간 넘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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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경건하게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78세 할아버지 주수진(朱壽陣.강원도 속초시 조양동)씨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는 번쩍거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오렌지색 선글라스를 챙긴다. 15단 기어가 장착된 사이클에 올라 탄 그는 힘차게 페달을 밟아 강원도 동해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속도를 낸다.

설악산 자락 미시령 입구 약 20㎞를 달린 그는 속초 수복탑 입구에서 설악 조기사이클 회원 다섯명과 설탕.크림을 듬뿍 넣은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목표를 정한다. "이번 주말엔 대관령을 넘자."

朱씨는 18년 동안 새벽에 사이클을 탔다. 그러면서 날씨와 컨디션이 좋으면 백두대간의 준령을 넘는다. 대관령(해발 8백30m).한계령(9백20m).미시령(7백70m).구룡령(1천60m).진부령(5백20m) 등을 각각 한 시간 이내에 넘을 수 있다. 고개를 넘다보면 자동차에 탄 사람들이 사이클 선수인줄 알고 쳐다보다가 "도대체 몇살이냐"며 깜짝 놀라곤 한다.

속초에서 강릉을 거쳐 대관령을 돌아오는 1백40㎞ 코스나, 속초에서 미시령에 올라 진부령을 거쳐 간성으로 돌아오는 코스 모두 하루에 주파가 가능하다. "걸어서는 못가지만 자전거로는 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산악자전거(MTB)도 탄다. 65세 이상 사이클 생활체육대회에서는 단골 수상자가 된 지 오래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도 올해 두 차례나 완주했다. 사이클 40㎞, 마라톤 10㎞, 수영 1.5㎞를 달리고 헤엄치는 철인 3종경기에도 참가하고 있다.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 설악산에 오른다. 朱씨는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에서 기관사로 일하다 1.4후퇴 때 피란와 한국군으로 참전했다. 이후에는 막노동도 해봤고, 보험사 직원.유치원 원장 등으로 다양한 삶을 살았다.

속초=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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