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 시와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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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름…. 우리의 원초적 삶의 모습, 그리고 태양과 바다 등 자연에 한결 목마른 계절이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 혹은 신생의 양식으로 실어보는 시와 그림을 통해 일상의 눅눅함이 떨쳐지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부채론>
이상범
찐득한 서울 공간
스모그가 누워 있다
갈등의 지상엔 소나기
시대의 때도 훔쳐내고
한 동이 등물의 매미소리
부챗살에 감긴다.
그날 그 할아버님
죽삼 위에 베잠방이
풀 먹인 선비의 기운
꼿꼿하게 가누시고
더위도 앉은 채 물리시며
합죽선을 흔드셨다.
기적의 잎 다시 나부낄
장바구니 파란 요량
이 아침 명주 한 폭
물소린양 펼쳐 놓고
붓 끝엔 묵향도 듬뿍
난을 치고 싶었다.
※죽삼: 옛 어른들이 대나무로 엮어 적삼속에 땀받이개로 입었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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