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추억] 통영 상륙작전 지휘한 '귀신 잡는 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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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귀신 잡는 해병' 칭호를 얻었던 한국전쟁 영웅 김성은 전 국방장관(15대)이 15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83세.

해병대 출신 최초로 국방장관을 지낸 고인은 1946년 해군 참위(소위)로 임관했다. 김 전 장관은 49년 4월15일 해병대 창설 때 참모장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 일년 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특히 북한군이 서울과 대전을 함락한데 이어 전라도를 돌아 부산까지 장악하기 위해 진공하던 중 해병대원 500여 명을 지휘해 경남 통영에서 한국군 최초로 단독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이 상륙작전의 성공은 북한군의 공격 속도를 떨어뜨리고 국군이 낙동강 전선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이 작전으로 우리 해병대는 외신기자들로부터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김 전 장관은 6.25 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태극무공훈장과 미국의 은성무공훈장 등 19개의 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한국군을 현대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5년 동안(1963~1968)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한국군 처음으로 해군 구축함 도입 ▶합동참모본부 설치 ▶월남전 파병 ▶예비군 창설 등 업적을 이뤘다.

군과 안보에 대한 고인의 애정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미연합사령관에서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를 이끌며 한.미 사이에 진행 중이던 전작권 전환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군의 위협이 여전한데 한미동맹의 핵심인 연합사체제의 해체는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해병대를 사랑하는 마음에 2005년 사재 1억원을 털어 해병대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해병대 전략연구소 이사장 직도 맡아 왔다.

유가족은 장남 김영환(61)씨 등 5남 1녀가 있다. 발인 18일 오전 7시 아산병원. 안장식은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1묘역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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