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꾐 8번째에 당했다/땅필요한 제일생명/사기꾼들 집중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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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브로커들 한결같이 “청와대” 사칭/「정보사땅」 속은뒤도 또 말려들뻔
사옥부지 마련에 애를 태우던 제일생명은 정보사부지 매입 사기사건에 휘말리기 훨씬 이전부터 모두 일곱차례나 토지브로커들과 접촉하면서 거액을 예치하는 등 사기를 당할 뻔했던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대부분 「청와대관계자」를 빙자했으며 이들과의 접촉과정에서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의 시발인 박삼화씨도 등장했다.
◇1차=88년 10월 일단의 브로커들이 서울 서초동 1321 대지 5천3백평을 구입하라고 제의해왔다.
당시 제일생명은 이 땅이 여러명의 소유자 명의로 돼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매입을 거절했다.
◇2차=거의 같은 시기에 최모라는 토지브로커가 한국담배인삼공사 소유의 서울 대치동 1002 대지 2만2천8백88평을 구입하라고 제안해왔다.
브로커 최씨는 자신이 청와대관계자를 잘알고 있기 때문에 공사소유의 땅을 수의계약 형식으로 불하받게 해줄 수 있다고 속였고 제일생명은 거액을 은행에 예치한뒤 예금증서사본을 최씨에게 넘겨주었으나 그후 최씨로부터의 연락이 끊겨 이 거래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3차=89년 1월 김모라는 토지브로커가 나타나 제일생명측에 강남역 부근 땅을 구입하라고 제의하면서 『이 땅의 실제 소유자는 5공인물인데 청와대 직원들이 동의서를 갖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회유,제일생명은 역시 예금증서사본을 건네주었다.
이때도 거래의 운만 떼었을뿐 실제 거래가 진척되지 않아 거래자체가 흐지부지됐다.
◇4차=90년 4월 청와대관계자를 사칭한 김모라는 브로커가 서울 도곡동 467 소재 시유지 4만1천평중 5천평을 불하받게 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김씨는 1백50억원을 은행에 예치시킬 것을 요구,제일생명은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5차=91년 2월 청와대 직원을 잘 안다는 곽모·김모라는 토지브로커가 제일생명측에 전화를 걸어 도곡동 시유지의 매입을 제안했다.
이때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의 주역 박삼화씨(39)가 전화를 걸어 『그 거래는 위험한 것 같으니 그만두라』고 충고해 거래를 거절했다.
나중에 이 거래가 사기임이 드러나자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는 박씨를 은인으로 생각하게 됐다.
◇6차=91년 3월 한국여성사격연맹 고문이라는 강모씨가 찾아와 『연맹회장 정모씨가 청와대의 명을 받아 한국담배인삼공사 소유의 서울 대치동 1002 2만2천8백80평을 불하한다』고 말하고 『구입조건으로 한국여성 사격연맹이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자금 15억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윤 상무는 돈을 미리 빌려달라는 점이 미심쩍었고 믿고 있던 박삼화씨도 구입을 만류,거래를 포기했다.
◇7차=정보사 부지거래가 사기임을 알고난 뒤인 지난달 5일에도 제일생명은 또 다른 사기극에 말려들 뻔했다.
유모라는 토지브로커가 윤 상무에게 찾아와 『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았으니 서울 서초동 1501 모퉁이땅 3천평을 구입하라. 그 대가로 내가 해결사를 동원해 정보사땅으로 사기당한 어음을 찾아주겠다』고 제의했다.
윤 상무는 자기돈 5천만원을 유씨에게 주어 해결을 부탁했고 1백20억원을 은행에 예치시키는 「성의」도 보였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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