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유도|윤현·김미정「금」2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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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제 꼭 보름 남았다. 비 오듯하는 이마의 구슬땀을 연신 훔쳐내면서도 한마디 불평 없이 불암산 눈물고개를 뛰어오르는 선수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뒤켠에서 지켜보노라면 불현듯 4년 전 88서울올림픽에서의「영광의 순간」들이 뇌리에 한 장면씩 스쳐지나간다.
대한 남아의 긍지·기개를 전 세계에 떨친 김재엽(김재엽)·이경근(이경근)의 금메달.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시상대에 우뚝선 이들의 당당함은 당시TV를 지켜보던 4천만국민을 짜릿한 환희와 열광 속에 진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요즘 들어 한순간 한순간이 피를 말리는 듯한 초초 함의 연속이다. 오래 전에 끊었던 담배를 가까이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성싶다.
이번 올림픽의 목표는 남녀 1개씩 금메달 2개다. 남자는 최 정량 급인 60kg급의 윤현(윤현·쌍용),여자는 72kg급의 김미정(김미정·체육과학대)을 꼽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이들 체급은 일본의 기대종목과 맞물려 있어 솔직히 부담이 된다.
윤현의 맞수는 고시노(월야충칙)다. 윤은 90북경아시안게임·91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고시노에게 패한 바 있다.
일본이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한 고시노를 굳이 올림픽대표로 선발한 것도 윤에게 강한 징크스를 보이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간의 우위다툼은 역시 선제공격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윤은 그동안스피드 가속훈련으로 기술구사에 민첩성을 꾀하는 한편 잡기싸움에서의 유리한 고지선점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 반복 실시함으로써 본인 스스로도 훈련 성과에 크게 만족하고있다.
김미정의 금메달은 한국유도가 걸고 있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 다나베(전변양자)와의 통산전적은 2승2패로 호각 세다. 그러나 김이 91세계선수권·올 파리 오픈대회 등에서 거푸 이김으로써 큰 기대를 걸게된 것이다. 둘 다 육상 투척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나베가 순발력이 좋은 반면 금은 체력·정신력에서 앞서 선제공격이 먹혀든다면 승산은 김 쪽에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느슨한 수비자세를 바로잡고 잡기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데 신경 쓰도록 특별히 주문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다름 아닌 체력관리다. 다행히 유도회·체육회가 별식을 준비해주는 등 각별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고, 또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도 따로 식당을 차려 식사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후한 약속도 들린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한치도 그릇됨이 없을 것이다. 고진감래(고진감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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