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 올라야 의술의 도 터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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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술과 예술은 얼핏보면 매우 상반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즉 의사가 부리는 재주(술)를「의술」이라고 한다면 예술가들의 재주를「예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의사들의 일이 재주를 부려 인간 신체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치유시켜주는 형이하학적인 작업이라면 예술가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순화시켜주는 형이상학적인 치료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의사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자들의 질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일은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의술의 궁극적인 목적은「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의술도 따지고 보면 예술가의 작품활동과도 유사한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사람의 신체(생물)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작품의 우열에 대해선 절대성을 요구하는 것만이 틀릴 뿐이다.
예술분야에서는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장인이라 부르지만 의술에서는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는 칭호를 붙일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가 한걸 같이 장인이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의술은 얼핏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매우 차갑고 금속성의 메카니컬한 학문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의술이 어느 수준에 올라가면 예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러야만 진정한 의술의도에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 어느 경지에 도달하려면 오히려 매우 과학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의술의 딱딱함과 냉혹함에는 예술의 유연함과 따뜻함을 함축해야 할 것 같고, 예술의 자유분방과 난해함에 자연과학의 절제와 치밀한 계산이 가미됨으로써 보다 차원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의술과 예술의 접목은 불필요한 이질성의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질성의 접목이며, 어찌 보면 반드시 필요한 만남이라는 생각도 든다. 의사들 중에 예술분야에 상당한 수준으로 심취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은 바로 이런 양면성의 접목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의술이나 예술이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진리는 한 길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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