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家 오너는 비난받아도 호텔은 괜찮은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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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9면

세계적 호텔 체인인 힐튼의 대주주 패리스 힐튼(상속녀·27·사진 )은 ‘스캔들 제조기’로 불린다. 과도한 노출과 섹스 비디오 유출 등 문란한 사생활로 줄곧 세인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그는 음주 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적발돼 9일 법원으로부터 45일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패리스 힐튼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어도 이 때문에 힐튼 호텔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상속자와 기업 경영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이들 창업자 후손들은 문화ㆍ복지 재단을 운영하거나 재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신탁회사에 재산을 맡긴 뒤 호화 유람선을 타고 인생을 즐긴다.

미국도 오너의 사생활로 생긴 파장을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때가 있었다. 1800년대 말 석유재벌 스탠더드 오일의 설립자였던 존 D 록펠러는 폭력배를 동원해 경쟁 회사를 공격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언론에 이 같은 비행이 폭로되자 연방정부는 반독점법을 강화해 결국 스탠더드 오일은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30∼40년대를 기점으로 상당수 미국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고 창업자의 후손들은 오너가 아닌 ‘상속자’ 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그렇다고 ‘오너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여전히 오너가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사례가 많다. ‘살림의 여왕’이란 명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거대 미디어회사의 오너이자 CEO가 된 마사 스튜어트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전문가형 기업’들이다. 마사 스튜어트는 2002년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다가 철창 신세를 졌다. 이로 인해 기업도 한때 위기에 빠졌으나 이후 참회의 모습을 보이고 적극적인 이미지 개선 활동을 벌여 출소 뒤 재기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CEO와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윤리적 잣대는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 2001년 터진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에 관여했던 아서 앤더슨이 파산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내부 감시도 철저해졌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전직 베테랑 요원들로 구성된 감사 팀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감사 팀은 올 초 마케팅 담당 이사 등이 관련된 비밀스러운 사내 불륜행각을 밝혀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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