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구실 찾는 증시 미·중 물가 지표에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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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8면

세계 각국 증시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1600선을 돌파했다. 1500을 넘어선 지 불과 1개월 만이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4000선을 넘어섰고, 한동안 주춤했던 베트남 증시 지수는 다시 1000선을 밟았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투자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주 세계 각국 증시의 움직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게 하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에선 개인들이 주식계좌를 새로 트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서 아우성을 치는 장면이 외신을 타고 소개된다. 국내 증시에선 한동안 매도에 치중했던 개인들이 돌아와 지난주 32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소매판매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와 주가가 장중 급락하기도 했지만, 개인들의 매수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시장은 대중과 함께하기보다는 거꾸로 가는 묘한 습성을 보인 적이 많다. 개인이 아우성칠 때는 못 이기는 척 오르다가도 이내 내림세로 돌아서 대중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반대로 대중이 불안감에 싸여 시장을 관망할 때면 주가는 약을 올리듯 꿈틀꿈틀 오르는 일이 잦다. 그래서인지 증시의 전설적인 투자 고수들은 “언제나 대중의 반대편에 선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얘기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일지 몰라도 시장은 늘 그랬다. 시장의 큰 상승 사이클을 보면 반드시 중간 중간 아래로 꺾이며 작은 봉우리를 만들어 놓은 뒤에야 더 높게 올라갔다. 봉우리 아래의 작은 골짜기들은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 공간이었다. 휴식 없이 너무 올라갔다 싶을 때는 더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놓곤 했다.

그래서 시장은 생명체에 비유되기도 한다. 너무 지쳤다(과열) 싶으면 어떤 구실을 마련해서라도 꼭 체력보강의 시간(조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잇따라 기다리고 있다. 주초인 14일 나오는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중국 인민은행의 통제목표(3%선)보다 높게 나올 경우 긴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15일에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는데 시장 예상치보다 높으면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점에서 실망 매물을 부를 수 있다. 16일에는 미국의 4월 주택착공 건수가 나와 미 부동산시장의 침체 정도를 가늠케 한다.

그러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싼값에 되사들일 요량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대세 상승장에선 조정이 오더라도 매우 불규칙하고 짧아서 그 흐름을 이용해 차익을 남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단기 시세 흐름은 무시하고 우직하게 버틴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이 돌아갔던 게 강세장의 특징이다.

다만 새로 주식을 사야겠다는 사람들에겐 조정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조바심에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 좀 더 싼값에 매입할 타이밍을 찾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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