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역학의 두 개척자…|고유섭 최순우|전집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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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차현 고유섭(1905∼1944)과 혜곡 최순우(1916∼1984)-. 한국 미술사학을 개척하고 일궈온 두 미술사학자의 견고를 한데 모은 전집이 잇따라 출간된다. 고유섭전집은 오는 9월 통문관을 통해 전4권 각권5백여족 분량으로, 최순우전집은 7월중순 도서출판 학고재를 통해 전5권 각권4백20여쪽으로 각각 출간될 예정이다. 이 전집들에는 두 학자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들이 집대성됨으로써 미술사 연구에 큰 보탬이 될것으로 보인다.
후학들의 손에 의해 출간되는 이 전집들은 특히 한국미술사학계로서는 처음 꾸며지는 개인전집이라는 점에서 미술사학계는 물론 일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글은 이미 오래전에 단행본으로 나뉘어 출간되었거나 전문지·잡지등에 발표된 것들이어서 지금으로서는 구해보기 어려운 실정. 이번의 전집출간은 이같은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현과 혜곡은 스승과 제자사이. 차현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우리 미술사학의 토대를 마련했고 혜곡은 이를 이어받아 발전시키는등 우리 미술사학의 뿌리를 이뤄온 대표적 미술사학자들이었다.
우현 고유섭선생은 일제치하에서 우리나라의 근대적 미술사학·미술평론의 원천을 처음으로 개척한 선각자였다.
그는 인제에서 태어나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제대철학과에 진학, 미학및 미술사를 전공했다. 해방전에 이대학에서 미학·미술사를 전공한 한국인은 오직 차현 한사람뿐이었다.
그는 졸업후 3년간 모교의 조수로 일한뒤 개성부립박물관장으로 취임한다. 이후 11년뒤 간경화증으로 타계할 때까지그는 전국의 많은 유적지를 탐방, 답사하면서 우리 고미술의 진상을 밝히고 많은 연구와 저술을 통해 한국미술사학의 기틀을 구축했다.
그는 『조선탑파의 연구』등의 저술을 통해 「한국의 미」를 발견하고 알리는데 앞장섰다. 그는 한국미의 특징을 「무기교의 기교」「단아함」등으로 고찰했다.
오는 9월 출간되는 전집에는 40년대이후 60년대초까지 발간됐던 6권의 단행본과 『진단학보』등 여러 학술지·월간지등에 발표됐던 글들이 정리되어 수록된다. 이 전집의 출간은 황수영씨등 후학 10명으로 구성된 간행위원회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이 전집은 특히 문화부가 선정·발표하는 「9월의 문화인물」로 차현이 선정되는 것과 발맞춰 출간됨으로써 더욱 뜻을 깊게하고 있다. 또 그의 고향인 인제에서는 동상이 건립되어 오는 9월 시립박물관에 제막될 예정이다.
혜곡 최순우선생은 우현의뜻을 이어 「한국의 미」를 깔끔하고 구수한 주옥같은 글을 통해 일반에 알리는데 앞장섰던 미술사학계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개성에서 태어나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것이 최종학력이지만 개성부립박물관에 입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현의 가르침을 받아 미술사학을 공부, 이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혜곡은 특히 74년이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회화·도자기는 물론 공예·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대해 많은 저술을남겼다. 이 저술들은 우리 미술사의 오랜 숙제들을 풀어놓은 것으로 이후 미술사학의 길잡이가 됐다.
혜곡의 전집은 생전에 혜곡이 남긴 글을 「한국미술사총론」 「공예 조각 건축」 「회화」 「문화시평」 「수필」등 5개부문으로정리해 출간된다. 이 전집의 출간에는 김원룡·이경성·고이종석·정량모·한병삼씨등 후학·동료 15명이 간행위원회를 구성,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해왔다.
이 전집들은 통문관·학고재등 출판사들이 적자를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각각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출간에 앞장섰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일이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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