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소설계|"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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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탁아시설을 짓자는 운동이 여성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건축사및 관련전공교수 등 건축일과 관계 있는 여성전문가들의 단체인 한국여성건축가회(회장 김화련)는 지난27일 오후2시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현재 거의 어린이들과는 관계없이 어른위주로 설계된 탁아시설의 문제와 탁아시설의 바람직한 설계방향 등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한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탁아시설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1백만명을 넘고 있는데 수용시설은 그 10%도 되지 못하고 더구나 지금 있는 시설들도 거의가 어린이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짓거나 다른 용도건물을 빌려쓰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지요.』
지난해부터 무료건축상담을 하다가 탁아시설에 대한문의가 의외로 많은 것에 착안, 올해 활동목표를 「아동과 건축」으로 정하고 「눈높이」탁아시설운동을 추진하게 됐다는 회장 김씨의 얘기.
이날의 실태토론회에서는 절대적인 시설부족문제와 함께 현행시설들이 갖고 있는 구조·설계상의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이 지적됐다. 삼우종합건축사무소의 이해원과장은 『탁아시설은 동선이 가능한 한 짧고 자유롭게 설계돼야하며 색상이나 형태에서 원색과 동화적인 요소를 많이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탁아시설로는 처음 지어진 「천마어린이집」의 황영자원장은 『어린이들의 신체치수와 교육방향에 맞춰 시설하는 노력이 아주 필요하다』며 예컨대 급식대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식판을 받아갈 수 있도록 키에 맞게 설치해야하고, 창문손잡이 역시 어린이들이 직접 여닫을 수 있게 낮춰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건축가회는 보다 구체적인 실태파악을 위해 앞으로 3개월간 회원들이 서울지역의 모든 탁아시설들을 방문, 조사하는 활동을 벌이며 이와 함께 부족한 시설을 보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반 사무실건물의 일정공간을 탁아시설로 개조, 활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연구할 방침이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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