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회교세력 피의보복 불가피/부디아프 피살이후의 알제리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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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권위해 서로 치열한 힘겨루기/군부,전면에 나서 철권통치할듯
군부쿠데타와 회교근본주의 세력의 합법적 독재­. 어느 쪽이 알제리 민주화를 덜 위협하느냐 하는 곤혹스런 질문이 모하메드 부디아프 알제리 국가원수(최고회의의장)의 피살을 계기로 6개월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군부가 회교공화국 건설을 기치로 내건 회교구국전선(FIS)의 집권을 좌절시키고 이상주의적 독립운동가 부디아프를 옹립한 배경이 바로 이런 논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FIS는 지난해말 알제리 최초의 총선 1차투표에서 집권 민족해방전선(FLN)을 1백88대 16의석 차로 누르고 1월16일 2차투표를 통해 집권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란의 회교공화국 건설과정에서 기득권층이 처참하게 몰락하는 것을 목도한 알제리 군부로서는 샤들리 벤제디드 당시 대통령조차 FIS와 연정을 구성하려는 현실에 반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부는 『회교근본주의 세력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통해 독재국가를 건설하려한다』는 서방과 주변 아랍국들의 우려를 등에 업고 벤제디드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무기한 비상사태를 선포,5인국가최고회의를 통해 알제리를 통치해온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군부 쿠데타이후 매주 금요기도회때마다 수십명씩 희생되고 수만명의 회교도들이 사막의 수용소에 감금되는 인권유린사태에 대해 서방,주변 아랍국 등 이란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공식적인 논평조차 삼감으로써 사실을 군부쿠데타를 승인했다.
군부가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것은 분명 민주화에 역행되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를 좌절시키고 헌정질서를 회복시켜 회교근본주의 세력의 집권을 보장하는 것이 알제리 민주화에 도움이 되는지 자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알제리독립의 영웅으로 당시까지 군정위주의 부패정권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부디아프의 이미지로 부당한 자신들의 쿠데타 정통성을 찾으려했던 군부는 부디아프의 피살을 계기로 직접 국민앞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부디아프의 자리는 회교세력으로부터 살인마로 불리는 군부실력자 칼레드 네자르 국방장관이 물려받아 회교세력과 군부간의 장기간 대규모 보복살해극이 불가피해진다.
부디아프 살해는 FIS세력의 고도의 조직강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부디아프의 연설장에 암살단을 파견할만한 이유를 가진 세력이 FIS밖에 없다는 점과 부디아프의 피격이 등위에서 이뤄져 그 자신의 경호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 FIS의 조직력이 그동안 오히려 강화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회교도와의 싸움에 군부내 소장파들이 군정을 계속 지지할지 여부와 서방측이 회교혁명이라는 특수상황을 배경으로 한 알제리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알제리의 장래를 결정할 변수로 기다리고 있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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