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각하는 기능 갖춰야 할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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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술환경과 시장구조의 변화에 맞춰 선진국의 발빠른 기업들은 이제 「만드는 집단」에서 「생각하는 집단」으로 변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일본 국립과학기술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내 50대기업의 연구개발투자액이 이미 설비투자액을 앞지르고 있다.
특히 8개 자동차회사들의 91년 연구개발비는 90년에 비해 7% 증가해 3% 감소를 보인 설비투자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의 역전현상을 일부에서는 기업들의 FMS(유연생산시스팀)도입의 결과로 설명하려고 한다.
날도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기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범위의 경제」를 위해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바뀌고 있은 추세는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대량생산체제에 대한 설비투자를 억제하게 된다는 가설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역전현상의 주요원인은 설비투자의 감소보다는 연구개발투자의 절대적 증가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는 또다른 징후는 이른바 「생산의 외부화」현상이다. 즉, 제품을 만드는 생산활동은 외부(타사 또는 계열기업)에 맡기고 대기업은 연구개발에 치중하는 경향이 현저하게 늘고 있는 양상이 그것이다.
가공·조립중심의 기업도 이미 자체생산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외부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내부 생산시설도 자동화함으로써 제조기능은 기계가, 연구개발기능은 사람이 맡게되는 인간과 기계간의 분업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생각하는 기업의 전형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본령이 바야흐로 「제조업」에서 「창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기업들도 연구개발중심의 기술혁신체제로 과감히 전환해야할 시점에 왔다. 사회구조와 소비자욕구 변화에 따른 잠재시장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 연구하는 창의력과 그 가능성을 실용화·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기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아이디어의 모방과 기술도입을 통해 생존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혁신적인 사고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은 기술경쟁의 시대에서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고, 기술협력의 시대에서 당당한 파트너로 대우받을 수 없다. 그 해결의 열쇠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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