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집』 <서울시 용두2동>-갓 쪄낸 조랑 떡국에 “어머니 손맛”이…이원영 <학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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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집에서 하는 식사가 제일』이라고 선친께서 늘 말씀하셨다. 어려서는 그 말씀이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님을 배려한 외교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무심히 여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특히 외식기회가 많아지면서 그 말씀에 대해 새삼 공감을 하게 된다. 외식이면서도 집에서 식사하는 것과 같은 음식과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개성집」(서울 용두2동 755의 4·923-6779)을 자주 찾는다. 개성집은 개성 출신의 김영희 할머니가 30여 년을 운영해온 식당으로 정갈하고 개운한 개성음식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개성집의 메뉴는 다양해 반찬류로는 파전·재래식순대·전·편수·수육·오이소박이 등이 있으며 식사류에는 비빔밥·양 곰탕·도토리 만두 국·조랑 떡국 등이 있다. 따라서 개성 집은 점심시간의 간단한 식사뿐 아니라 소주를 곁들이는 저녁 술자리에도 모두 적합한 장소다.
내가 특히 즐기는 음식은 조랑 떡국이다. 조랑 떡은 직경 0.5㎝의 공을 두개 붙여놓은 것과 같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방앗간에서 대량생산된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갓 쪄낸 떡을 빚어 만든 것으로 순 개성 식이라고 한다. 조랑 떡은 떡의 제조과정과 모양이 칼로 썬 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 맛이나 씹히는 감각이 전혀 새롭다. 또한 조랑 떡국의 국물은 조미료로 맛을 낸 것이 아니라 고기와 갈비를 오래 고아 만들었기 때문에 깊은 맛이 있다. 주인인 김영희 할머니에 의하면 개성 집은 모든 음식을 자가에서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각종 반찬류는 물론 고추장·된장 등까지도 직접 담가 쓰고 있다. 이는 가족에 상을 차려주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을 신조로 식당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음식의 종류 및 값 책정도 시류에 따라 변화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으며, 외양이나 겉치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전통의 맛과 멋이 있는 개성 집을 여러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개성 집은 순 개성 식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꼬장꼬장하면서도 경우에 밝은 한국인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 가장 한국적인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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